13 독일 문화

서로박: 한국과 독일의 대학, 당신의 미래

필자 (匹子) 2024. 4. 5. 09:23

1. 적성이냐 취업이냐: 유럽의 대학생과 남한의 대학생들은 처음부터 대학 수업을 달리 생각합니다. 유럽의 대학생은 대체로 제일 먼저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가를 깊이 숙고합니다. 한국의 대학생은 대체로 어떻게 하면 나중에 가난하게 살지 않을까 하고 고민합니다. 유럽의 대학생은 일차적으로 학문하기 위해 대학을 선택하지만, 당신은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여기에는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2. 학문이냐, 학벌이냐: 유럽의 대학생들은 대학을 선택할 때, 교수가 누구인가하고 물으며, 그의 전공분야가 나의 적성과 일치되는가? 하고 문의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한의 대학생은 대학을 선택할 때 무엇보다도 학벌 그리고 대학의 위치를 따져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업장 그리고 통학 거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학문의 깊이보다는 스펙이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3. 대학이 크고 학생 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철학과에는 "입학 자격제한제도 Numerus clausus"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매년 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삶의 의미를 묻는 일에 골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철학과는 대부분의 경우 비인기 학과로 전락해 있습니다. 남한의 많은 학생들은 광고 홍보학과 그리고 경영학과를 선호합니다. 졸업하면 당장 취업해야 하기 때문이었지요. 언젠가 특강하러, 서울의 모 사립대학에 가보았습니다.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사제지간의 친밀한 만남은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사학 명문이라고 하지만, 돗대기 장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4. 대학 등록금을 누가 부담하는가? 독일과 프랑스는 대학 등록금을 거의 대부분 국비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남한 대학들은 학부형들로부터 등록금을 징수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의 이러한 토대는 처음부터 국제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립대학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의 현실적 상황을 전제로 하면, 등록금이 학생들을 위해서 사용되지 않고, 교직원의 월급 그리고 학교 건물의 증축과 관리 등에 지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교는 매년 흑자를 거듭하지만, 지방의 군소 사립대학교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5. 고등교육에서 상대 평가란 없다. 유럽의 대학교들은 상호 서열을 매김으로써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많든 적든 간에 대학교의 학과마다 중요한 교수가 포진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학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공 학문 그리고 교수가 가장 중요합니다. 남한의 대학교들은 수직으로 서열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서열화는 "서울 한 복판 -> 서울 변두리 -> 수도권 -> 지방" 등의 순서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많은 학생들은 철마다 편입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서열화가 개별 대학의 지향성 내지 개별 교수들의 학문적 능력과 무관하게 정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6. 유럽의 대학에는 TO가 없다. 유럽의 대학에는 학생수의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몇몇 학과의 경우 (이를테면 법학, 의학, 첨단 생물학 등)에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예외적으로 "입학자격 제한"이 있지요. 그러내 대학은 학생 수에 상관없이 학생들의 수강 신청과 학적을 용인합니다. 유럽의 대학생들은 전공에 필요한 학과 그리고 해당 교수를 찾아서 그곳으로 떠납니다.  (가령 통일 직후에 서독 지역에 비해 동독 지역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부족하여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20년이 지난 시점에 어느 정도 평준화를 이룬다고 합니다.) 대학은 학생 TO 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누구든 해당 학과의 해당 교수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학생들에게는 대학 수능시험 등으로 처음부터 등수가 매겨져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성적에 맞추어 서울 한 복판 -> 서울 변두리 -> 수도권 -> 지방의 순서대로 해당 대학에 진학합니다. 

 

7. 편입, 편입이라: 어째서 편입 시험이 활개를 칠까요? 그것은 유명 사립대학교가 등록금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대학생들은 학기마다 학교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습니다. 학생 수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거주 이전이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가 잘 이루어져 있어서 그들은 두세 개의 학생증을 동시에 소유할 수 있습니다. 남한의 대학생들은 학교를 옮기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해당 대학에 자퇴서를 내야 하고, 뒤이어 다른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지방 -> 수도권 -> 서울 변두리 -> 서울 한복판의 순서대로 편입할 수 있습니다,

 

8. 미국식 학제: 남한의 학제는 주지하다시피 미국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험을 잘 치르고, 좋은 학점을 취득하면, 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묻는 데 대해 오로지 시험만 치르면, 대학 졸업이라는 그럴듯한 대학 졸업이라는 통과의례를 끝내는 것입니다. 유럽의 학제는 이와는 다릅니다. 입학하기는 쉽지만, 졸업하기는 어렵습니다. 시험 외에도 독서, 세미나 발표, 실험실습 등의 과정을 치러야 합니다. 가령 독일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면, 새로운 기계 하나를 발명해야 합니다.

 

9. 학문과 취업의 연결고리: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남한 학생들이 졸업장이 아니라, 자신의 실질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이는 이론과 실천을 연결시켜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물음입니다. 자연과학 대학의 경우 회사, 대학 그리고 연구소 사이의 관계는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학연의 클러스터는 비교적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대학은 무엇보다도 인문 사회과학 분야일 것입니다. 특히 인문과학의 경우 제반 학문은 폐쇄적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러한 일본식 학제는 차제에는 대폭 개선되어야 합니다. 연구소는 학과와 관련되는 언론, 출판 그리고 매스컴 등과의 관계를 도모하고, 협력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10. 변화 가능성: 그렇다면 남한의 대학은 어떻게 변모되고 발전되어야 할까요? 여러 가지 난관과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두 가지만 지적하기로 합니다. 첫째로 국가는 모든 학비의 부담을 더 이상 부모들에게 떠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영리하지만 가난한 학생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없는 경우는 사라져야 합니다. 둘째로 대학의 졸업이 엄정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대학을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는 어려운 곳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공립 대학교 뿐 아니라, 사립 대학교의 공공성의 확보가 시급합니다. 대학은 근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의 신분을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하며, 사회는 이러한 공공성을 지지해주어야 합니다.

 

10. 저니맨은 불행하다: 친애하는 J, 새로 편입한 대학에서 적응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같은 학번 학생들은 인간관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서, 친구관계를 새롭게 맺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모든 문제들을 혼자 끙끙 앓으며 해결해야 할지도 몰라요. 편입한 학생들이 전따당하는 경우를 접할 때 필자의 마음은 아파왔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가 지금까지의 삶에서 후회하는 것은 고등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않고 중퇴했다는 사실입니다. 남들보다 빠른 과정을 마친다고 해서 빠르게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추후에 체험하였습니다. 인생의 길은 나 자신과 싸우는 과정이지, 경쟁자와의 싸우는 과정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남들과 비교하면서 철새처럼, 저니맨처럼 떠돌아다닐 것입니까? 앞으로의 삶에 행운이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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