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여 안녕 1
박설호
비행기 타고 반도
내려다보면 그제야
깨닫게 되리라 소나무
숲과 눈물 가득한 무등산
넓은 강이 보이고
한 많은 철조망이
멀어지는 것을
파농처럼 주먹으로 *
가슴 치며 끌려간
친구 소식에 찢어버린
일기장 이런 어리석은 놈
비행기 뜰 때까지
조심하지 말고 마냥
자학이나 해라
십 년 후에 나는
평화주의자가 되어
귀국 길에 올랐다
지가 묵자(墨子)라도 되나
아쉬운 눈물 몇 방울
맺혀 있는 망명객
슬프지 않는데
비행기에서 강산
내려다보면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소나무
숲과 눈물 말라가는 무등산
넓은 강이 보이고
다시 그 철조망들이
눈에 들어왔다 **
.........................
* 프란츠 파농 (1925 - 1961): 카리브해 출신의 프랑스 심리학자, 철학자. 신식민주의를 비판하였다.
** “저 밝게 빛나는 하늘에 올랐다가/ 갑자기 과거의 나라를 내려다보노라 陟陞皇之赫戯兮/ 忽臨聣夫旧郷” (굴원의 시 「이소(離騒)」의 한 구절)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력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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