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495) 블로흐의 비동시성

필자 (匹子) 2021. 9. 21. 10:22

어느 분의 질문에 답합니다. 현재 21세기 한국 사회에 이러한 특성이 도사리고 있는지 밝히는 과업은 아마도 여러 분들의 몫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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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시성은 거대한 정치적인 의미를 담은 블로흐 철학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블로흐에게 동시적이라는 말은 하나의 상태로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노동 현실이며, 아울러 이와 관련되는 주관적 의식이다. 동시성은 어떤 특정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의 사회적 가능성과 일치되는 무엇이다. 가령 블로흐는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1933년 독일을 예로 들고 있다. 가령 한편으로는 현대적 자본가가, 다른 한편으로는 계급을 의식하는 노동자들의 의식은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이들은 시대의 정점에서 서로 조우하고 있다.

 

이들에 반해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직장인들, 수공업자 혹은 농부들의 의식은 이들과는 다르다. 작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자본주의 이전의 단계, 다시 말해서 사회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낙후된 현실적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처하고 있는 현실과 상응한 정치적인 견해, 갈망 그리고 의식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한편으로는 거대 자본으로 인해서 자신의 초라한 삶의 토대를 상실할까 두려워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이전의 삶, 다시 말해서 과거의 시대가 더 나았다고 푸념을 터뜨린다.

 

우리는 블로흐의 견해에 의하면 (독일 공산당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들의 의식 상태를 무조건 낙후한 것으로 그리고 반동적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그들의 의식구조는 다만 비동시적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과거지향적인 동경 속에도 자본주의에 대한 노여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변화와 혁명을 꾀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는 차제에 그들의 이러한 분노에서 미래를 위한 어떤 동력의 언어를 과감하게 찾아내어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