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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저 소개) 자카리아 무함마드의 시집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필자 (匹子) 2021. 7. 13. 10:15

유대인들은 참으로 파란만장한 억압 속에서 수천 년을 박해 당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나라 없이 세계 곳곳을 떠돌면서 이방인 취급을 당했습니다. 600만이라는 유대인들은 히틀러 치하에서 학살을 당했으며, 동유럽에서 처형당한 사람들의 수를 합하면 천만명을 넘어섭니다. 이러한 비극은 신대륙 발견 이후의 인디언 학살만큼 끔찍한 역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테오도르 헤르츨Theodor Herzl의 시오니즘의 사상은 1948년에 마침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건립하게 하는 초석을 쌓았습니다.

 

문제는 오랜 역사 속의 피해자들이 20세기 중엽에 해자로 돌변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의 일부를 차지하여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고향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한 순간도 평화롭게 살지 못하게 되는 형국이 전개되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영국으로 망명했던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 시인, 에리히 프리트Erich Fried는 이스라엘의 외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자신의 정치적 예술적 입장을 문학 작품에 담았습니다.

 

1948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건립되자, 그들의 땅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자 지역마저 서서히 넘어와서 거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때로는 평화적으로, 때로는 무력으로 점거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횡포 앞에서 삶의 터전을 상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역은 한마디로 세계의 화약고라고 명명될 정도로 갈등과 국지전이 끊임없이 전개되는 장소입니다. 최근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미사일 공격이 벌어져서 수많은 무고한 인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쩌면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la vie devant soi』(1975)에서도 암시되고 있지만, 서로 대립하는 인간이 사랑으로 화해하고 상대방을 긍휼히 여기게 될 때 세상의 갈근나무와 등나무, 즉 갈등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적개심을 떨치게 될 것입니다.

 

무함마드 자카리아는 고향을 상실한 팔레스타인의 시인입니다. 그는 1950년 팔레스타인 나불루스에서 태어나, 바그다드에서 아랍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의 국경 봉쇄로 인하여 그는 오랫동안 이라크, 요르단 그리고 레바논 등지에서 망명 아닌 망명 생활을 영위해야 했습니다.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인하여 그는 25년의 해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무함마드 자카리아는 고향을 잃은 시인의 전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에 그의 시집이 오수연씨의 번역으로 한국의 강 출판사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강, 2020).

 

 

 

두 가지 사항만을 지적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자카리아는 자기 자신을 한 마리 말에 비유합니다. 그것도 "녹슬지 않은 강철"로 만들어진 "기억의 재갈을 씹고 있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91쪽) 여기서 우리는 자카리아의 예술적 사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둘째로 시인은 고통을 “쪽수를 헤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책”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105쪽) 그렇기에 우리는 최소한 한 페이지라도 읽지 않고서는 결코 역사 이해의 검문소를 통과할 수 없으리라고 여겨집니다.

 

분단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한민족 역시 비록 6.25 전쟁을 치렀지만, 여전히 두 개의 국가는 갈등 관계에 처해 있습니다. 그렇기에 고향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담고 있는 그의 시는 한국 독자에게 어떤 공감을 느끼게 해주리라고 여겨집니다. 개인적 국가적 비극은 무엇보다도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고통을 느끼는 연민Mitleid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카리아 무함마드의 시 한 편을 인용하려고 합니다.

 

살해당한 이들이 영안실에 있다.

신원확인을 하러 우리는 냉동고로 다가간다.

각자 손 뻗어 제가 아는 희생자를 가리킨다.

그리고 그의 꾹 다문 입술을.

그의 영혼은 어떤가 하면 확인될 수 없다.

 

비누거품처럼 그것을 총알이 터뜨려버렸다. 

 

자카리아 무함마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