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 희극에 속하는 작품: 오늘은 프랑스의 위대한 작가, 오노레 발자크 (Honoré de Balzac, 1799 - 1850)의 작품 한 편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발자크 하면,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 작품, 『고리오 영감』 그리고 『외제니 그랑데』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발자크가 남긴 91편의 작품을 고려한다면,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잘 알려진 작품 대신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선정하여 다루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발자크의 소설, 『창녀의 영광과 몰락Spendeurs et Misères des Courtisans』은 4부작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1838년에서 1847년 사이에 발표되었습니다. 제 1부, 「처녀가 어떻게 쉽사리 사랑에 빠지는가?Comment aiment les filles」는 1838년에서 1844년 사이에, 제 2부, 「나이든 남자가 사랑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A combien l'amour revient aux vieillards」은 1843년에서 1844년 사이에 발표되었습니다. 제 3부, 「나쁜 길로 들어서는 방향Où mènent les mauvais chemins 」는 1846년에, 제 4부, 「보트랭의 마지막 형체La dernière incarnation de Vautrin」은 1847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발자크가 기획한 “인간 희극Comédie humaine”에 속하는 것으로서 “파리의 삶”의 부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2. 발자크의 인간 희극은 무엇인가?: 발자크는 단테의 『신곡』에 빗대어, 자신이 처해 있는 삶의 모든 부분을 작품 속에 담으려고 기획하였습니다. 그는 죽을 때까지 137편을 집필하려고 결심하였는데, 완성하지 못하고 91편만 남겼습니다. 91편은 장편 소설, 단편 소설 그리고 중편 소설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에는 오래 전에 발표했던 자신의 8편의 소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다음에 이어지는 소설 속에 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와 차단되지 않고, 내용상으로 그리고 주제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소설에서 볼 수 없는 혁신적 요소를 간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 요소를 통해서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포괄적인 도덕적 초상화를 완성하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는 하루 10시간에서 14시간에 이르기까지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였지만, 끝내 46 편만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3. 젊은 시인, 뤼시앙, 궁정사자로 자신을 소개하다.: 『창녀의 영광과 몰락』은 “인간 희극” 가운데 『잃어버린 환상Illusion persues』의 속편입니다. 『잃어버린 환상』의 결말부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사람은 젊은 시인, 뤼시앙 드 뤼벰프레입니다. 그는 파리에서 무위도식하며 살다가,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향락적 삶이 그에게 엄청난 빚더미를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도주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빚쟁이들이 지구 끝까지 그의 뒤를 추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은 것은 자살밖에 없다고 판단합니다. 사실 뤼시앙은 1824년부터 오페라 가장 무도회의 하객으로 참석하여, 파리의 상류층에게 늠름하고 잘생긴 훈남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니 파리의 처녀들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그에게 넋이 나가곤 하였습니다. 뤼시앙은 고상한 외교관처럼 처신하면서, 냉혹하고 은폐된 가식적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의 말과 행동은 고결하고 품위 넘쳤습니다. 뤼시앙은 높은 정치가를 모시는 인물이며, 유명한 여성들의 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를테면 모프리네즈 공작부인, 시리지 마담 등이 그의 정인이라고 했습니다. 요즈음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그랑리외 공작의 딸, 클로틸드 그랑리외에게 청혼하게 되었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멋진 한량인 앙리 드 마르세이는 이 말을 듣다가, 질투심에 사로잡힌 채 다음과 같이 일갈합니다. “이 녀석은 분명히 배후에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 뤼시앙의 존재는 주위 사람들에게 위압감 내지 시기심을 부추기에 충분할 정도입니다.
4. 배후의 인물, 자크 콜린, 아니, 수도원장 카를로스 에레라.: 그러나 실제로 뤼시앙은 가난한 시인에 불과합니다. 그의 배후에 막강한 권력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물론 최근에 에스파냐의 수도원장, 카를로스 에레라가 그를 도와주었습니다. 주인공의 자살을 막은 사람이 바로 카를로스였으니까요. 그는 뤼시앙의 멋지고 늠름한 모습에 탄복하여, 그의 후견인이 되기로 자처합니다. 그리하여 그와 맺은 것은 이른바 “악마의 계약”이었습니다. 젊은 시인은 자신의 영혼을 수도원장에게 매도하는 대신에, 수도원장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탐욕스러운 계획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도와줍니다. 사실 카를로스 에레라는 에스파냐의 수도원장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감옥에서 탈출한 바 있는, 자크 콜린이라는 이름을 지닌 탈옥수였습니다. 그는 “보트랭” 내지 “트롬페 라 모”라는 가명을 사용하면서, 끈질기게 법망을 빠져온 사기꾼인데,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에서도 그의 이름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수도원장, 카를로스 에레라/ 자크 콜린은 놀라운 재능과 탁월한 식견을 활용하여, 주인공 뤼시앙의 몸에다 영혼의 수갑을 채웁니다. 이제 두 사람이 계획하는 것은 단 하나, 많은 돈을 벌어서 사회의 상류층의 권력을 차지하는 일이었습니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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