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347) 성 단상 (2)

필자 (匹子) 2017. 1. 31. 10:38

8: 흑인과 백인을 서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의 발로이다. 피부색은 달라도 인간의 모든 피는 붉다. 늙으면, 흑인, 백인 그리고 황인의 머리칼은 모두 하얗게 변한다. 중요한 것은 호모 아만스의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다.

 

9: 모든 이론은 처음에는 가설로 성립된다. 그런데 그게 하나의 진정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라는 현실적 조건이 첨부되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금 여기의 전제조건 하에서 타당성을 인정받은 학문적 이론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이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0: 심리학의 경우 특정한 현실적 조건 하에서 학문적 정당성을 획득한 보편타당한 이론이라고 하더라도 그 현실적 조건 하에서 얼마든지 적용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심리학의 관심사는 처음부터 다른 학문과는 달리 개별적 특수성에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1: 하나의 이론은 인간 삶의 모든 범례들을 빠짐없이 포괄하지 못한다. 이론은 특정 현실에 적용될 수도 있고,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론의 한계성을 처음부터 용인해야 하며, 동시에 이론의 적용에 있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2: 우리에게는 변용의 기술이 요청된다. 예컨대 모든 단상은 하나의 원론에 불과하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호모 아만스의 개별적 아픔과 슬픔을 과연 어떻게 다른 방도로 헤아릴 수 있을까? 문제는 원론을 적용하는 기술을 익히는 일이다. 이게 문제 대처 능력이 아닐까?

 

13: 학문은 그게 심리학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디 사는 누구와 직결되는 정답을 내릴 수 없다. 누가 어떠한 변용의 기술을 특정한 상황에 응용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각자의 몫이다.

 

14: 인간의 모든 삶이 어떤 특정한 이론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는 책과 문헌이 인간의 삶의 비밀을 모조리 말해주지는 않는 것과 같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오늘날 끊임없이 글이 쓰이고, 책이 출판되는지 모른다.

 

15: 문학은 문제 대처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놀라운 영역이다. 문학작품 속에는 인간이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삶의 조건들이 서술되어 있다. “그것은 너에 관한 이야기다.De te fabula.” 문학 작품이야 말로 우리에게 변용의 기술을 은근히 가르쳐주는 매개체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문학적 상황 속에서 다른 시대, 다른 장소, 다른 인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