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346) 성 단상 (1)

필자 (匹子) 2017. 1. 30. 15:19

1: 심리적 질병에 관한 한 정상인과 장애인의 구분은 흐릿한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조금이라도 장애의 요인을 지니지 않은 인간은 한 명도 없다. 이와는 반대로 세상 어디에도 더 이상 조금이라도 심리적으로 호전될 수 없는 환자는 한 명도 없다.

 

2: 호모 아만스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애호의 감정을 감히 발설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깊은 사랑은 당사자로 하여금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든다. 깊은 곳에 고여 있는 사랑의 묘약은 말문을 닫게 하는 것이다. , 사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사실로 뇌까리는 청개구리의 습성을 답습하는 버릇은 바로 그 때문일까?

 

3: 말과 언어는 우리의 마음을 속이거나 감추는 불충족한 소리의 옷” (김광규)이다. 깊은 곳의 무의식적 욕구는 최상의 경우 언어적 표현을 통해서 어떤 암호로 표출될 수 있을지 모른다. 언어를 통해서 무의식을 밝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 세상에는 비-언어의 영역이 얼마나 광대무변하게 펼쳐져 있는가?

 

4. 라캉에 의하면 무의식은 마치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어를 통해 무의식을 밝혀낼 수 있다는 그의 선언에는 오류가 담겨 있다. 무의식은 언어 뒤편의 여백으로 이해된다. 그것은 말로 표현될 수 없는, 언어로 표출될 수 없는 마음속의 영혼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와 갈망을 타인이 누가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법이다.

 

5. 어쩌면 돈 후안Don Juan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내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평생 1003명의 여자를 유혹하여 겁탈하였다. 이렇듯 그는 자기중심적으로 사랑하며 방황하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었다. 돈 후안에 비하면 카사노바Casanova는 세인으로부터 비난당할 정도로 사악한 자는 아니었다. 물론 성폭력을 저지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카사노바는 조우하는 여성들에게 온갖 사랑의 봉사를 아끼지 않았다.

 

6: 인간의 사랑 뒤에는 항상 이별이 따른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하는 것을 하나의 이상으로 생각하지만,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다음의 발언은 그 자체 유효하다. 사랑이란 죽음 앞에서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블로흐)라는 발언 말이다.

 

7: 인간의 영원한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죽음이다.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나자고 약속하는 노인부부들은 의외로 많다. 인간의 사랑은 언제나 시간적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그 강도는 역설적으로 엄청나게 크다. 바꾸어 말하자면 불가능한 사랑일수록 그 강도는 크고 강렬하다. 그러나 사랑의 열정을 희석시키고 중화시키는 것은 무심히 흐르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