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잡글

일류 대학, 인기 학과? 메뚜기도 한 철

필자 (匹子) 2021. 10. 14. 11:19

 

나: 반갑습니다. 선생님은 남한 사회의 대학 풍토를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너: 까다로운 물음이로군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남한은 문화적으로 고찰할 때 세계의 변방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남한의 대부분의 대학은 심하게 말하자면 학문의 전당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체로 교육 기업의 돗대기 시장터이고, 헤게모니 싸움의 진원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 너무 세게 몰아쳐서 말씀하시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너: 아닙니다. 유감스럽게도 사실인걸요.

나: 그러나 요즈음에는 노력하는 젊은 교수들이 많이 생겨나 한국 사회도 앞으로는 변화될 것입니다.

너: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 전에 서울의 K대학교에서 편입 시험이 있었습니다. 모집 인원은 200명인데, 응시자는 6500명이었다고 합니다. 응시자의 대부분은 서울 혹은 경기도 지역의 대학의 재학생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더 나은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 편입 시험을 치른다고 합니다.

 

나: 자고로 경제가 어려우면 제일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노동자들입니다. 그 다음에 구멍가게 장사꾼이고, 그 다음에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입니다. 대기업은 경제가 어렵더라도 거의 끄덕 없습니다. 서울 한 복판에서는 부자들이 삽니다. 그 다음 부자들은 서울 변두리에 거주합니다. 중간 계층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서울의 인근 도시에 그냥 삽니다. 가장 못사는 사람들은 지하철 노선 맨 끝자락의 산동네에 연명합니다.

너: 그렇지요. 그 말씀은 대학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서울의 유명대학이 편입 제도를 통해서 학생들을 빼 가면 수도권의 이류 대학들은 편입 제도를 통해서 지방 대학의 학생들을 빼갑니다. 이로 인하여 지방 대학은 학생 부족으로 빈사상태에 처해 있고, SKY 등 유명 대학은 학생들로 넘쳐납니다.

 

나: 학생들의 관심은 장래의 직업입니다. 하기야 학생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요? 비싼 등록금을 납부하고 학교를 다니면, 미래에 반드시 그럴듯한 직장을 얻는다는 확실한 보장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정은 다른 것 같습니다.

너: 미래에 대한 불안, 학벌에 대한 선호도 등이 수많은 철새 학생을 양산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냥 철새 학생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나: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요?

너: 우리는 비판의 화살을 이른바 잘나가는 대학들의 집단 이기주의적 태도로 향해야 합니다. 그들은 다른 대학이 죽든 말든 자신의 대학의 배를 채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여기에 "교육 사업"의 속셈이 숨어 있습니다. 서울의 사립대학들은 이로써 학문을 망치고 한국 교육을 망치고 있습니다.

 

나: 이들이 훌륭한 시간강사를 전임교수로 뽑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너: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대학 입시에 혈안이 된 학부형들의 고등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 은근히 한 몫을 거듭니다. 교육의 문제는 나라 전체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 깊이 숙고해야 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유명 사립 대학교들의 소시민적 근성에 대해 비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나: 유명 사립대학교의 사람들은 말합니다. 대학 간의 경쟁도 자본주의 체제에서 당연한 게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너: 그러나 대학 간의 경쟁의 경우에도 "판때기"의 판은 공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정당하게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타짜들이 꼼수를 걸면, 판돈을 거두어들이는 자들은 노회한 장사꾼들밖에 없습니다.

 

나: 예를 하나 들어주시겠어요?

너: 네. 서울의 유명 사립 대학들은 제각기 자기 출신의 후보자를 교수로 초빙합니다. 다른 대학 출신의 학자가 그 학교에 전임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교수들 사이의 경쟁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수들은 일주일에 7시간 혹은 8시간 강의하고, 가난한 비정규직 근로자인 시간강사들이 나머지 강의를 맡고 있습니다.

나: 듣자 하니 시간강사들의 실력이 교수들의 실력보다 월등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교수로 초빙되지 못하는 예가 허다합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대학과 대학 간의 자유 경쟁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교육자가 어찌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한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너: 학생들이 다음과 같은 진리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취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장에서의 능력 발휘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렇기에 학벌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력을 함양시키는 일입니다. 국제적으로 경쟁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학벌만을 중시하면서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커다란 잘못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학생들은 과연 어디서 자신의 목표에 상응하는 내적 실력을 닦을 수 있을까?를 물어야 합니다.

 

나: 이를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 조건으로서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너: 첫째로, 과연 어떠한 교수가 무엇을 가르치는가? 그 교수는 무슨 학문적 업적을 이루었는가? 둘째로. 내가 선택하는 학과는 한국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가? 셋째로. 나의 적성은 무엇이며, 어떠한 공부를 가장 좋아하는가?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파생됩니다. 모든 기업들이 학벌 동창 따지지 말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직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떠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까? 하는 문제 말입니다.

 

나: 학생들이 편입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갈망입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저버려야 할 물음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너: 네, 첫째로 내가 다닐 학교는 수능 성적을 고려할 때 어떠한 순위에 들어 있는가 일까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시작하는 노력입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1등한 게 현재 내가 공부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둘째로. 학교는 우리 집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통학 시간이 오래 걸리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조금 불편하다고 적을 옮기면, 불편할 때마다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려고만 할 것입니다. 자고로 이사 많이 다니는 사람 치고, 무언가 제대로 이룩하는 사람 없습니다. 셋째로 내가 선택하려는 학과는 현재 좋은 인기도를 지니고 있는가?

 

나: 세 번째 물음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너: 그것과 관련하여 한 가지 충고 하려고 합니다. 대학의 학과 선택에서 인기 비인기를 따지지 말라고 권하고 싶어요.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기 비인기 학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합니다. 아이티 (IT) 계열 학문은 시대의 조류에 급박하게 번합니다. 이에 비하면 인문 사회 계열은 느리게 변합니다.

 

나: 그렇군요. 어쨌든 인간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듯이, 현재의 인기 학과는 나중에 비인기 학과로 전락될 것이고, 현재의 비인기 학과는 인기 학과로 상승할 것입니다. 따라서 젊은이라면 남들이 무얼 하는지 바라보고 이를 그냥 모방할 게 아니라, 현재의 이른바 비인기 학과를 선택하여 열심히 노력하여 이 방면의 대가가 되는 것도 학문적 삶을 살아가는 좋은 방안이라고 믿습니다.

너: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이, 젊은이는 많은 시행 착오를 겪다는 나중에야 비로소 자신의 과오를 깨닫곤 하지요. 그 때는 기회를 잃은 뒤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