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의 램프 박설호 저녁 무렵이면 으레 버릇처럼 내 집 처마 위에 램프를 켜두곤 해요 그러면 별빛 희미한 어둠 속에서 당신은 방향을 잡을 수 있어요 모래 위로 걸어 나와 물기를 터는 당신은 이곳의 풀 냄새 그 향기에 취하지요 나의 섬에서 함께 사는 꽃과 새들에 당신은 뻐꾸기 울음소리에 그만 시간관념을 잃지요 아무 것도 아닌 나를 그리 애지중지 여기는 당신에게 감사드릴 뿐입니다 당신에게 재화도 결혼도 미래도 요구할 수 없지만 그저 부담 없이 나를 통해 행복하세요 언제라도 찾아오세요 여기에는 이상하게 바라보는 자 없거든요 한 시간 혹은 두 밤이라도 개의치 않아요 언제나 조언을 구하는군요 난 당신의 마음 조각을 이미 알고 있어요 당신에게 전할 말은 단 한 가지 최상이라고 판단하는 걸 그냥 행하라고 이제 떠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