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문태 2

(명시 소개) (2) 의로운 작가에 대한 기억. 박태일의 시 「두 딸을 앞세우고」

(앞에서 계속됩니다.) 살아 한 번도 집을 지니지 못한 일이 무슨 자랑이라는 눈빛이시지만 일찍부터 너른 마당에 고방에 그대 한 커다란 집이었느니 밀양 사람 다 알지 밀양 땅 좁아 밀양강 줄기는 다시 한 번 용두목에서 꺾였던 것을 밀양강 없이 살아온 그대 밀양이 언제 기억했던가 그래 그대마저 그대를 기억했던가 세월 흘렀다고 시절 흘렀다고 이제는 늙어 희어 고요히 입 다무시나 먼 산 돌길 단풍단풍 구르는 날 두 딸을 앞세우고 찬찬히 찬찬 걷는 그대 뒤 따르면 영남루 대바람 소리 가슴을 찬다. 너: 박태일 시인의 문체에는 조금이라도 가식적인 면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나: 시집 『옥비의 달』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대신에 시적 상상 내지 주제상의 심층성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고 할까요? 시인이 과연 언..

19 한국 문학 2023.05.26

(명시 소개) (1) 의로운 작가에 대한 기억. 박태일의 시 「두 딸을 앞세우고」

너: 시인, 고은의 『만인보 (万人譜)』에는 다음과 같은 시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 4월 19일이면/ 해마다/ 그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 무덤 저만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무덤 다섯/ 무연고 묘지/ 누구의 자식일지 모를/ 그 혁명의 거리에서/ 쓰러진/ 이름 없는 젊은이의 무덤 다섯// 바로 그 무덤 속의 젊은이를/ 그의 양자로 삼아/ 해마다/ 향과 초/ 떡과 소주를 가지고 와/ 제사지내는 사람이 있다// 표문태 (...)” 나: 네. 고은의 시구를 읽으면, 표문태가 어떠한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민주화 운동의 영웅들을 혼자 기리는 분이 바로 작가 표문태 (1914 - 2007)였습니다, 쉰에 가까운 그에게는 20대의 다섯 청년들은 아들과 다름이 없..

19 한국 문학 202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