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문태 3

서로박: (3) 크리스타 볼프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곳'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소설 내용에 관해서는 이 정도로 줄이려 한다. 그렇다면 볼프는 작가의 존재 가치 및 작가의 사회적 영향력을 추적하기 위하여 왜 하필이면 고전 극작가 클라이스트를 예로 들었을까? 이를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점을 거론하려고 한다. 첫째 클라이스트 연구는 동독에서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가? 둘째 클라이스트에 대한 크리스타 볼프의 시각은 어떠한가? 셋째 어떠한 이유에서 볼프는 비참하게 살았던 고전 작가 두 사람을 작중 인물로 등장시켰는가? 하는 물음이 그것들이다.  첫째로 구동독에서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는 “미쳐버린 귀족 출신의 반동적 낭만주의 작가”로 평가되었다. 그리하여 클라이스트의 문학이 지니고 있는 혁명적 지조 내지 개혁에 대한 의지는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47 Wolf 2025.04.13

(명시 소개) (2) 의로운 작가에 대한 기억. 박태일의 시 「두 딸을 앞세우고」

(앞에서 계속됩니다.) 살아 한 번도 집을 지니지 못한 일이 무슨 자랑이라는 눈빛이시지만 일찍부터 너른 마당에 고방에 그대 한 커다란 집이었느니 밀양 사람 다 알지 밀양 땅 좁아 밀양강 줄기는 다시 한 번 용두목에서 꺾였던 것을 밀양강 없이 살아온 그대 밀양이 언제 기억했던가 그래 그대마저 그대를 기억했던가 세월 흘렀다고 시절 흘렀다고 이제는 늙어 희어 고요히 입 다무시나 먼 산 돌길 단풍단풍 구르는 날 두 딸을 앞세우고 찬찬히 찬찬 걷는 그대 뒤 따르면 영남루 대바람 소리 가슴을 찬다. 너: 박태일 시인의 문체에는 조금이라도 가식적인 면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나: 시집 『옥비의 달』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대신에 시적 상상 내지 주제상의 심층성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고 할까요? 시인이 과연 언..

19 한국 문학 2023.05.26

(명시 소개) (1) 의로운 작가에 대한 기억. 박태일의 시 「두 딸을 앞세우고」

너: 시인, 고은의 『만인보 (万人譜)』에는 다음과 같은 시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 4월 19일이면/ 해마다/ 그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 무덤 저만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무덤 다섯/ 무연고 묘지/ 누구의 자식일지 모를/ 그 혁명의 거리에서/ 쓰러진/ 이름 없는 젊은이의 무덤 다섯// 바로 그 무덤 속의 젊은이를/ 그의 양자로 삼아/ 해마다/ 향과 초/ 떡과 소주를 가지고 와/ 제사지내는 사람이 있다// 표문태 (...)” 나: 네. 고은의 시구를 읽으면, 표문태가 어떠한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민주화 운동의 영웅들을 혼자 기리는 분이 바로 작가 표문태 (1914 - 2007)였습니다, 쉰에 가까운 그에게는 20대의 다섯 청년들은 아들과 다름이 없..

19 한국 문학 202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