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무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 너: 아름다운 시로군요. 어째서 선생님은 윤동주의 시 가운데에서 이 작품을 선정했는지요? 나: 모든 시는 우리에게 기억의 퍼즐을 안겨줍니다. 기억은 여러 가지 편린의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