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과 망각 그리고 유년: “지난 날 청운의 뜻을 품었지만/ 헛디뎌 넘어지고 백발이 되었네./ 누가 알까, 맑은 거울 속을?/ 두 사람의 나는 서로를 측은히 여기네. 宿昔青雲志 蹉跎白髪年 誰知明鏡裏 形影自相憐” (장구령의 시) 친애하는 J, 우리는 가진 것 없이 태어나, 평생 두 손을 놀리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구하는 것은 좀처럼 손아귀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늙은이 한 사람이 우두커니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동산에서 뛰노는 아이인데, 출세의 뜻은 꺾이고, 몸만 볼품없이 늙어버렸습니다. 그래, 시간은 끝없이 스치는 화살과 같습니다. 나와 함께 뛰놀던 아이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흐르는 시간의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