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기 3

서로박: 로베르트 무질의 '세 여인' (2)

(8) 어느 맑게 갠 날 아침 갑자기 찾아온 옛 친구: 자신의 정적 (政敵)인 트리엔트 주교가 죽었을 때, 케텐의 거친 심성은 순간적으로 사라집니다. 마치 한 마리의 벌에 쏘인 듯이 힘이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케텐은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리하여 아내에게 달려가서 자신을 간호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느 맑게 갠 날 아침 갑자기 누군가 포르투갈 여인을 방문합니다. 방문객은 여인이 청춘 시절에 사귄 적이 있었던 남자였습니다.  이때 케텐은 방문객에게 커다란 질투심을 느끼지만,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방문객은 포르투갈 여인에게는 그야말로 친구에 불과합니다. 지난 11년 동안 그미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인 한 사람을 기다려 왔습니다. 고독한 삶을 견뎌내기 위하여 머리속에 하나의 ..

43 20전독문헌 2022.01.07

서로박: 클라이스트의 암피트리온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알크메네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며 동시에 영특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미는 암피트리온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는데, 제우스는 알크메네를 바라보며 군침을 삼켰습니다. 암피트리온이 출타한 틈을 이용해서 암피트리온으로 변신하여 몰래 안방으로 잠입한 제우스는 살며시 알크메네를 끌어안습니다. 알크메네는 “아이, 당신, 조금 전에 사랑을 나누었는데, 다시 내 몸을 원하나요?” 하고 말하면서, 옷을 벗습니다. 제우스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아름다운 알크메네의 살결을 더듬으면서 정을 오래 통합니다.  알크메네의 기분은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탐하는 사내는 남편이 분명한데, 남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움직임에 힘이 넘치고, 지칠 줄 모르는 성욕을 자신의 몸속으로 들이 붓는 것 같..

41 19전독문헌 2021.05.31

서로박: (2) 카프카의 '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J, 성이 암시하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막스 브로트 Max Brod의 견해에 의하면 성이란 신의 은총에 대한 상징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요한의 묵시록처럼 7일 동안 서술하려고 한 점, K의 직업이 측량 기사라는 점 등은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성으로 들어가려는 인간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신의 은총으로 향하는 열정과 같다는 것입니다. 발터 벤야민 역시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우리는 성의 비밀을 실존주의적으로 구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주장한 연구자로서 우리는 빌헬름 엠리히를 들 수 있지요. 인간 존재는 마치 미로와 같은 세계 속에서 영원히 방황하면서 살아갑니다. 인간은 허무라는 거대한 고해의 바다 속에서 그냥 실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알베..

43 20전독문헌 2017.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