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2

(단상. 445) 나이 먹는 나 자신에게

나 자신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기란 힘이 든다. 70억 가운데 한 마리라서 그러한가. 나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너무 적다. 문제는 15%에 해당하는 완고한 골통들에게 있다. 그들은 권위주의에 맹종하면서, 절대로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들을 어떻게 계도할 것인가? 아니, 완고한 골통은 바로 나일까? 6월 25일은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날이었다. 김일성은 통일이라는 원대한 목표로써 남침했지만, “외세의 개입”으로 인하여 전쟁이 비화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세의 개입”이라는 표현이다. 나의 조모가 직접 체험한 이야기인데, 당시 하동 근처에서 만난 인민군들은 무척 유순했다고 한다. 문제의 발단은 맥아더의 인천 상륙이었고, 중공군의 진군이 끔찍한 동족상잔의 비극에 불을 당겼..

3 내 단상 2020.06.29

서해성: 시 없는 시

소설가 서해성 선생님의 감칠 맛 나는 글을 허락 없이 한겨레 신문에서 퍼왔습니다. 양해를 구하면서.... 또한, 이백에 취해 술 한 잔으로도 장하게 살고, 두보를 읽어 천년을 서리처럼 깨운다. 봄날 곡강 근처에서 그가 저당 잡히고 마신 헌 저고리를 체온 그대로 입어보게 하는 게 시다. 87행짜리 백거이 비파행 사이에 도사린 침묵을 문득 알아차린 건 어제그제 마흔 무렵이다. 장계의 풍교야박 탓에 뱃머리에 부딪는 물결이 절로 단풍든 걸 어찌 하랴. 이천 몇 백 년을 두고 형가와 대작하고파 이수를 찾던 날에는 비가 내렸다. 시황제야 비껴갔지만 그 시의 칼에 찔리지 않은 이 누가 있겠는가. 강 건너 소리 파는 여인네 망국한을 모른다 했거늘 후정화가 그저 옛 노래가 아님을 새길 수 있었던 건 두목이 시로 젓는 배..

19 한국 문학 201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