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J, 오늘날의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듭니다. 세계는 우연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역사적 발전은 인간이 의도한 바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척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거의 현인들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기도하고, 그리고 얼마나 강렬하게 사회 유토피아를 꿈꾸었던가요? 그러나 세계는 마르크스 이후의 지식인들이 갈구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비관적 회의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에른스트 블로흐가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세계의 간파될 수 없는 특성 (Undurchschaubarkeit der Welt)”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계는 한울 나라 내지 자유의 나라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