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4

서로박: (2) 야나 헨젤의 '동쪽 지역 아이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H, 문학 작품집 한 권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해당 작가는 반드시 찬란한 영광을 누리지는 않습니다. 성공이 오히려 작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요. 야나 한젠은 순식간에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작품은 포에지 앨범을 방불케 한다.” “주인공은 자기만족, 자기 합리화에 혈안이 되어 있다.” “역겹다.” “서독 작가라면 아무 것도 아닌 내용을 그렇게 시시콜콜 서술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불명료하고, 지독한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몇몇 비평가들은 야나 헨젤을 “과거 극복의 문제에 해악을 끼치는 아마추어 작가”라고 분류하게 하였습니다. 작품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들은 대부분 구동독 출신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동독 출신의 젊..

45 동독문학 2024.06.16

라인하르트 이르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는 숙명적 비극의 세계관을 피력하지만, 스스로 보수주의를 좋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라인하르트 이르글 (1953 - )은 구동독에서 자랐으며, 전기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의 소설은 통독 이후에야 발표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구동독 문화 관료들의 눈에는 이르글의 문학 작품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쳤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랍 속에 원고를 넣어두었습니다. 둘째로 이르글은 언어 유희의 요소를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이 역시 구동독의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체코 지역에서 독일 인종이 살았던 지역을 표기한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체코에 거주하던 독일인을 Sudetendeutsche 라고 명명하곤 랍니다...

9 문학 이야기 2024.03.17

서로박: 동독 문학 연구의 필요성과 한계 (1)

아래의 글은 나의 저서 "떠난 꿈 남은 글" (한마당 1999)의 서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이 글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은 시대정신이 20년 전과 변함이 없다는 것은 반증한다. 1.고인 물은 으레 썩게 마련이다. 이는 작게는 나 자신에게, 크게는 어떤 특정한 문화 전체에 해당하는 말이다. 일단 거창한 것부터 먼저 언급할까 한다. 원래 문화란 외부적으로 이질적 문화와 뒤섞이지 않거나, 내부적으로 생동하지 않을 때 반드시 정체되어 썩어버린다. 학문이나 문화는 비유적으로 말해 -동일한 우량종자의 씨 내림과는 달리- 가급적이면 잡 교배를 통해서 발전, 수정 그리고 보완된다. (인맥, 학맥 등을 따지는, 이른바 자화자찬 식의 섹트주의 내지는 학문적 근친상간 행위야말로 문화 발전에 대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

45 동독문학 2022.06.09

노벨 문학상, 혹은 요구르트 Alles Mueller oder was?

친애하는 J, 200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서 루마니아 출신의 소설가 헤르타 뮐러가 선정되었습니다. 뮐러는 흔한 이름입니다. 나는 뮐러라는 이름을 들으면, 독일에서 즐겨 먹던 요구르트가 생각납니다. 노밸상의 수상작은 "Atemschaukel" 이라고 합니다. 이는 직역하자면 "호흡 그네", "(그네처럼) 흔들리는 호흡"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소련 강제 수용소에서의 각박한 삶의 체험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수많은 루마니아 독일인들이 소련으로 끌려가서 고초를 당했습니다. 왜냐하면 루마니아에는 그곳 출신의 독일인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소련 군인들은 그곳의 독일인들이 과거에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모조리 잡아다가 감옥으로 보내곤 하였습니다. 50년대 초반에는 수많은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인들이 소련의..

2 나의 잡글 2019.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