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맨드레이크'

필자 (匹子) 2024. 11. 26. 10:42

맨드레이크 

박설호

 

여성(凹)을 따먹다니

어처구니없는 착각 아닌가요

남성(凸)은 강물이

대지를 범람하지 않도록

단단히 막아주는

병마개 담장의 뚜껑

 

여성은 흥건히 고인

포도주 병 물웅덩이

여름날 철철 흘러넘치는 수액

동물의 갈증 달래주는

질통 시나브로 꽃 피우는

묘약 눈물샘이지요

 

빛이여 시간의 빗장

풀리면 따뜻하게 데워주세요

고원의 울창한 숲

지의류 사이 새순과 꽃봉오리 *

암술 부드러운 갯솜 틈새 **

양지로 변하도록

 

 

 

* 맨드레이크: 지중해와 레반트 지방이 원산지인 허브의 한 종류이다. 뿌리가 둘로 나뉘며, 마치 사람의 하반신 모습을 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드라마, 「만드라골라」에서 맨드레이크는 최음제로 사용되고 있다.

** Michel Tournier: Vendredi ou les Limbes du Pacifique. 1967 (소설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혹은 태평양의 끝.)

 

 

 

북 아프리카에 핀 맨드레이크 꽃. 허리 (줄기)가 없는 맨드레이크는 누워서 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