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동 6

서로박: 블로흐와 아도르노

아도르노는 호르크하이머가 부분적으로 용인했던 유토피아의 이데올로기 비판이라는 기능마저 부인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은 미래를 선취하는 태도는 아도르노에 의하면 주어진 현실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전체로 매도하는 자세와 다를 바 없다. 어떤 다른 현실은 미래의 선취하는 의식에서 파생되는 게 아니라, 과거에 이미 주어졌던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재현되는 것이라고 한다. 현실의 모순은 그 과정에 있어서 언제나 계획이나 진단에 의해서 전개될 뿐, 일반 사람들이 갈구하는 바는 결코 현실로 나타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모순은 변증법적으로 발전되거나, 사회적 진보를 추동하는 게 아니라, 영원히 모순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Hermand: 109). 그것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주어진 현실에서 해결되거나, 극복될 ..

27 Bloch 저술 2025.01.04

서로박: (4) 신화와 유토피아, 일치성과 불일치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16. 신화 수용 역사에 관한 비교 연구: 물론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예외적 사례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신화 연구 자체가 아닌, 이후의 시대에 나타난 신화 수용사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예외사항입니다. 우리는 신화 수용의 역사 연구에서 그 수용 시점의 시대정신과 결부된 신화의 수용에 나타나는 차이점을 “통시적으로diachronisch”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정한 시대에 왜 특정한 신화가 유독 활발하게 수용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검토하면, 우리는 신화가 특정한 시대에 끼친 영향 그리고 신화와 주어진 현실 사이의 상호관계를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Jørgensen: 301). 이를테면 왜 유독 괴테의 시대에 프로메테우스의 신화가 활발히 수용되었으며 헤라클레스 ..

서로박: (1) 신화와 유토피아, 일치성과 불일치성

이 글은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울력 2019) 제 1권에 실려 있습니다. 많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 1. 고대 유토피아의 두 가지 방향 (1): 신화와 유토피아 사이의 관련성은 아직도 학문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입니다. 서양의 신화가 과연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유토피아와 상관관계를 지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고대의 유토피아를 구명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의 방향이 채택되었습니다. 첫째로 유토피아의 모범으로 인정받고 있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많은 부분에 있어 플라톤의 『국가』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사람들은 고대의 많은 범례에서 “국가주의의 유토피아archistische Utopie”의 틀을 도출..

서로박: (7)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참고 문헌 김남시: 역사의 기관차. 역사를 보는 발터 벤야민의 시각, in: 비교문학, 2013, 60권, 183 – 209.김영룡: ”지금 이때“와 남은 시간. 발터 벤야민의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에 나타난 성스러운 구원의 시간 연구, 실린 곳: 카프카 연구 34권 2015, 168 – 187.마르크스, 뮌처: 박설호 편역,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2, 울력 2012.박설호 2: 박설호, 자연법과 유토피아,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3, 울력 2014.벤야민, 발터: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외, 최성만 역, 길 2008, 327 – 350.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역, 문학과 지성사 2001.윤미애: 벤야민의 아우라에 관한 연구, 독일문학, 71..

25 문학 이론 2024.09.04

박설호: (2)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III) 서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제 3부에 실린 글은 얼핏 보기에는 블로흐 연구와 무관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연구 대상은 다를지 몰라도, 독자들은 논의의 전개 및 방법론에 있어서 에른스트 블로흐를 유추할 수 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첫 번째 글 「이반 일리히의 젠더 이론 비판」은 미발표의 논문으로서 일리히의 저작물 『젠더』를 비판적으로 구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필자는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려 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일리히의 과거 지향적 관점이 퇴행의 반동적 세계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젠더에 대한 일리치의 시각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추상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점입니다. 「원시 사회는 암반위에 있고, 문명사회는 절벽을 기어오르는가?」는 김유동 교수의 『충적세 문..

27 Bloch 저술 2023.04.22

서로박: (2) 벤야민의 "독일 비애극의 원천"

에스파냐에 있는 벤야민의 묘비 벤야민의 독일 비애극의 기원을 철학적으로 상세히 규명해 보도록 하자. 벤야민은 알레고리 개념을 수미일관 추적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간과했던 “기술적 용어 (terminus technicus)”에 자신의 고유성을 부여하는 작업일 뿐 아니라, 알레고리 자체가 결국 인식 이론적 카테고리로 화하고 있다. 자고로 인간의 제한된 주관적 인식 능력 그리고 인식될 수 없는 객관적 진리의 내용 사이에는 분명히 간극이 있다. 이는 칸트 (Kant) 이후로 이어진 철학적 전통이기도 하다. 그러나 벤야민의 비평의 개념은 이러한 간극에 대해 하나의 이의를 제기한다. 인식은 무언가 지향하려는 소유와 같은 무엇으로서, 의향 없는 존재로서의 진리로부터 상당히 제한 당하고 있다. 이 경우 진리는 인식..

25 문학 이론 202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