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서로박: (2)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필자 (匹子) 2025. 9. 6. 16:07

(앞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7. 세월이 흘러서 코제트는 아리따운 처녀로 성장합니다. 세 번째 책의 이야기는 혁명가, 마리우스 퐁메르시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보수적인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폴레옹 휘하의 전직 장군이었던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궁금해 합니다. 이때 마리우스는 할아버지의 지나온 과거를 수소문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죽기 직전에 마리우스에게 한 통의 유서를 남깁니다. 유서에는 아버지의 전우, 테나르디에에 관한 사항이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테나르디에는 워털루 전투에서 자신을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니, 어떻게 해서든 그를 도와주라는 게 아버지의 유언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테나르디에는 아버지의 은인이 아니라, 마리우스 아버지의 재산을 강탈하기 위해서 배후에서 모든 계략을 획책했던 것입니다. 마리우스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처구니없이 기만당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리우스는 이 문제로 할아버지와 정치적 논쟁을 벌인 다음에 끝에 가출해버립니다.

 

8. 장발장은 우연히 테나르디에 부부의 옆집에 거주하지만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리우스는 뤽상부르 정원을 산책할 때마다 코제트와 마주칩니다. 이때 주체할 수 없는 연정이 솟아나지만, 코제트가 파리 어디에 거주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테나르디에 부부의 맏딸인 에포닌은 내심 마리우스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미는 코제트가 플뤼메 가에 있는 저택에 산다고 마리우스에게 알려줍니다. 마리우스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어 코제트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코제트 역시 이를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뒤이어 두 선남선녀는 플뤼메 가에 있는 정원에서 정기적으로 데이트를 즐깁니다. 그런데 장발장은 처음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어느 날 테나르디에는 장발장이 자신의 집 근처에 숨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더럽고 야비한 전과자가 자신에게 협박을 가하고, 어린 코제트를 강제로 빼앗아간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테나르디에는 친구들과 작당 모의하여 장발장의 집 재물을 털기로 결심합니다. 장발장은 야밤에 들이닥친 도둑들과 싸우다가 정신을 잃고 맙니다. 이때 경찰이 장발장의 집에 출동합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자베르 경감도 있었습니다. 자베르는 쓰러진 사내가 장발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를 도와줍니다. 장발장은 계속 한 곳에 거주하면, 위험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감지합니다.

 

9. 장발장은 코제트가 마리우스를 깊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경찰에 발각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테나르디에가 그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진정으로 자유의 몸이 되려면, 영국으로 도망치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사랑하는 딸, 코제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리우스 역시 코제트 없이는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마리우스는 클럽으로 결성된 데모대의 친구들과 함께 1832년 파리 6월 봉기에 가담하여 목숨을 각오하고, 바리케이드 옆에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사망하려 합니다. 마리우스는 중상을 입습니다. 이 사실을 접한 장발장은 쓰러진 마리우스를 하수구 아래로 옮겨서 구출합니다. 코제트가 사랑하는 남자는 자신의 아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 정보원 자베르 역시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장 발장은 자신의 뒤를 추적하던 경감 자베르 조차 구출해냅니다. 나중에 자베르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장발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직업에 깊은 회의감에 빠집니다. 죄를 징벌하는 태도 자체에 거대한 죄악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어찌 이전에 알 수 있었을까요? 자베르는 한 통의 유서를 남깁니다. 유서에는 정당한 법적 절차 자체가 반인륜적이며, 교도소에서 자행되는 수인에 대한 가혹한 폭력 그리고 비인권적 처사 등이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그후 자베르는 죄책감 그리고 삶에 대한 회의감으로 인해 세느 강에 몸을 던짐으로써 무의미한 삶을 마감합니다. 반란에 가담했던 거리의 부랑자, 가브로슈 그리고 에포닌도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양이 됩니다. 에포닌은 사랑하는 마리우스 대신에 총을 맞고 짧은 삶을 마감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10. 혁명적 사건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갑니다. ABC 그룹, 즉 “억압당하는 자들abaissés”라는 단체에서 싸우다가, 부상당한 마리우스는 할아버지의 집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마리우스는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코제트와 찬란하게 결혼식을 거행합니다. 결혼식이 끝난 다음에 장발장은 ​​오래 망설이다가, 사위, 마리우스에게 코제트의 친부(親父)가 아니며, 전과자, 탈옥수라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마리우스는 너무나 놀라 어찌할 바 모릅니다. 당시에도 전과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장발장은 더 이상 사랑하는 아내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아내 근처에 얼씬 못하게 조처합니다.

 

그러나 절망에 빠져 있던 마리우스는 장발장의 깊은 인품을 마침내 이해하게 됩니다. 그는 장발장의 모든 행동이 오로지 코제트의 사랑과 행복을 위한 것임을 추후에 알게 됩니다. 장발장은 나이가 들어 임종을 앞두게 됩니다.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황급히 장발장에게 찾아와서 그의 임종을 지키게 됩니다. 주인공의 시신은 파리의 보통 사람들의 묘지에 안장됩니다. 소설의 중심에는 1832년 파리 봉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품에는 거리의 부랑자, 가브로슈와 테나르디에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소설의 서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칩니다. 놀라운 것은 가브로슈가 테나르디에의 버림받은 아들이라는 사실입니다.

 

11. 소설의 “서문 avant-propes”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유일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사랑이다.” “세상에는 법과 도덕이 존재하여 문명 사회 내부에 지옥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상에 무지와 궁핍함이 존재하는 한, 책이나 예술 따위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작품의 제목이 어째서 “레미제라블”인가? 하는 물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위고에 의하면 “가련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장발장을 위시한 등장인물들은 고결한 인품의 소유자들입니다. 고결한 사람들이 불행을 겪어야 하는 까닭은 세상의 잘못된 질서 때문입니다.

 

빅토르 위고는 사회의 구조 내지는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이 인간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지적하려 했습니다. 예컨대 마리우스는 처음에는 왕당파였다가, 나중에는 나폴레옹주의자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혁명 전사로 변신을 거듭합니다. 사회 구조가 민주적 공화주의로 변해야 인간 삶 역시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인간 영혼이 종교적 구원을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은 위고에 의하면 부차적일 뿐입니다. 소설은 무엇보다도 사회 구도를 바꾸는 노력을 중시하지만, 작가는 그밖에도 인간 됨됨이를 바꾸게 하는 믿음의 열광에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12. 등장인물의 서사는 시인 보들레르도 언급한 바 있듯이 마치 “하나의 아름담고 기나긴 서사시”를 연상하게 합니다. 빅토르 위고는 소설을 집필하면서 많은 문헌을 참고하였습니다. 가령 우리는 발자크의 소설, 조르주 상드의 사회 소설 그리고 외젠 쉬 Eugène Sue의 소설, 『파리의 비밀들Les Mystères de Paris』 (1842)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밖에 프루동과 푸리에의 무정부주의적 시각도 생략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면 위고는 국가 자체가 개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구속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은근히 비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빅토르 위고는 1832년 파리 혁명 그리고 왕정복고의 현실적 삶을 생동감 넘치게 묘파했습니다. 이로써 드러나는 것은 파리의 생안트완 그리고 생마르소 지역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일상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는 이렇듯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애환이 곳곳이 묻어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극적인 서사를 완성하면서도, 독자들이 월터 스코트의 문학 속에 반영된 해학을 느끼도록 조처했습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사항은 소설의 구체적이고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합니다. 즉 워털루 전쟁의 참상, 파리 지하에 설치된, 마치 미로를 방불케 하는 하수도 그리고 수도원의 일상 등을 생각해 보세요. 등장인물 개개인의 가상적인 삶은 때로는 선뜩한 경악으로, 때로는 격정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합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삶은 실제 역사적 사건과 절묘하게 연결되어서 놀라운 감동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김희경: 빅토르 위고의 견자적 (見者的) 소설 (le roman visionaire) 레미제라블, in: 불어불문학 연구, 54권 1호 2003, 163 – 185.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5권), 정기수 역 민음사 2012.

-유지은: Victor Hugo의 『Les Misérables』에서의 법의 숙명성, in: 프랑스 문화 연구, 46권 1호, 2020, 1 – 24.

- (불어판) Hugo, Victor: Les Misérables, Paris 1990.

- (독어판) Alvensleben, Ludwig von: Die Elenden. Deutsch von L. von Alvensleben. Manz, Wien 1862

- Bellos, David: The Novel of the Century: The Extraordinary Adventure of Les Miserables. Farrar, Straus and Giroux, New York 2018.

-Jens, Walter: Kindlers neues Literaturlexikon, 22 Bde. München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