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세바스챤 메르시에 (L.-S. Mercier, 1740 - 1814)의 「연극에 관하여, 혹은 연극 예술에 관한 새 엣세이 (Du Théâtre; ou Nouvel essai sur l’art dramatique)」는 익명으로 1773년 암스테르담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메르시에는 드라마 논문에서 1770년 여전히 효력을 떨치고 있는 니콜라스 브왈로-드스프로 (N. Boileau-Despreaux, 1636 - 1711)의 의고전주의 시학에 대해 맹렬하게 비난을 가한다. 브왈로-드스프로는 이미 17세기에 「시 예술 (L’Art poétique)」을 발표한 바 있다.
메르시에는 그 대신에 어떤 새로운 민주적 연극을 예찬하며, 경직된 규칙과 인습적 장르에 근거한 연극의 실제 상황 등을 극복하려고 한다. 이로써 극작가는 -메르시에에 의하면- 고유한 역사적 사회적으로 생생한 실제 삶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동시대에 데니스 디데로 (D. Diderot)에 의해서 논의되었다. [이를테면 디데로는 「코메디에 관한 역설 (Paradox sur le comédien)」 (1757)에서 18세기 프랑스 연극의 경직성 내지 편협성을 극복하려고 애쓴 바 있다.]
메르시에는 루소의 사회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는데, 디데로의 시민 연극에 관한 생각을 진척시켜, 이를 사회 비판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첨예화시킨다. 가령 메르시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연극의 3일치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유는 궁극적으로 파기되어야 마땅하다고 한다. 연극의 3일치 법칙을 고수하는 연극 작품은 작위적이고 틀에 억매이는 느낌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비극과 희극 사이의 제한은 -메르시에에 의하면- 철폐되어야 한다. 이로써 신분에 의한 연극 형태의 구분 역시 처음부터 삭제될 수 밖에 없다. 극작품이 각운(脚韻)의 강요에서 벗어나면, 미래에는 아마도 희비극과 같은 중간 장르가 환영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셋째로 연극 예술은 무엇보다도 중차대한 민족적 정치적 주제를 다루며, 주로 사회의 구체적 삶 그리고 인간 존재의 조건 등을 무대에 올리게 될 것이다. 모든 계층과 인민의 각양각색의 계급은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드러내게 될 것이다. “비참함과 곤궁함의 모든 생각들”은 드라마가 시작될 때 표현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극작가는 사회적 불법에 대항하고, 또한 지금까지 외면당하고 천대받는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극작가에게는 자신의 나라와 시대를 심판할 고유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디드로가 “인간의 가정적 가족적 영역”을 어떤 긍정적 피난처로 용인했다면, 메르시에는 그러한 영역을 사회적 긴장과 대립의 출발점으로 이해한다. 극작가는 가정 및 가족 이기주의를 정당화시킬 게 아니라, 나아가 사회 전체 그리고 가족 이기주의 사이의 갈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켜야 한다. 가족 이기주의라는 시민주의적 치장은 메르시에의 경우 미래의 극작가가 가차없이 잘라내어야 할 불필요한 요소이다. 극작가들은 시민주의의 치장 대신에 “관여” 그리고 “동정심”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극작품을 대할 때 사람들은 극적 내용에 심정적으로 “관여”하고. 등장 인물에 대해 “동정심”을 느낀다. 관객들 서로를 결속시킬 수 있는 “동정심” 그리고 “관여” 등은 -메르시에에 의하면- 결국 어떤 정치적 윤리적 협동심을 창출한다.
메르시에는 디드로 (Diderot)와 레싱 (Lessing) 보다도 더욱 급진적으로 무대를 하나의 정치적 공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연극의 비판적 현실적 가능성을 강조하며, 18세기 프랑스의 (네 가지 신분적) 계층적 삶에 관한 테마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메르시에는 자신의 극작품에서는 수미 일관적으로 그다지 급진적 요구 사항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가령 1775년에 발표된 「식초 장수의 이륜 가마 (La Brouette du vinaigrier)」에서는 시대 비판 내지 사회 비판적인 발언은 절제되어 있다.
메르시에의 연극 비평적 성명서는 특히 독일에서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H. L. 바그너는 괴테의 조언을 듣고 메르시에의 글을 번역했는데, 이 글은 질풍과 노도의 시기에 많은 극작가들 (실러, 바그너 그리고 렌츠 등)에게 환영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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