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토마스 만의 '장편소설의 기술'

필자 (匹子) 2026. 3. 29. 08:47

토마스 만 (Th. Mann, 1875 - 1955)의 「장편 소설의 기술 (Die Kunst des Romans)」은 1940년 미국 프린세톤에서 집필되었으나, 1953년에야 비로소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토마스 만은 프린세톤 대학의 강연문에서 수십년간 지엽적으로 그리고 산발적으로 기술한 소설론을 어느 정도 체계화시켰다. 본고는 토마스 만의 장르 이론으로서 자신의 문학의 본질을 담고 있다.

 

 

토마스 만은 엄격한 미학자들의 의고전주의적 입장을 거부한다. 가령 그는 세기말 경에 제기된 논쟁을 「극장에 관한 시도 (Versuch über das Theater)」 (1908)에 기술한 바 있는데, 여기서 개진된 입장을 반복한다. 본고에서는 여러나라의 과거의 문학 작품들을 예로 하여 서사 문학의 여러 천재 작가들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토마스 만은 장편 소설을 고대 서사시의 전통에다 포함시키며, 장편 소설의 장르에 어떤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가령 장편 소설이란 지금까지 고대 서사시의 쇠퇴된 형태라고 간주되었다.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그리고 골드만의 "장편 소설의 사회학" 등을 참고하라)

 

이와 관련하여 토마스 만은 장편 소설을 “현대적으로 승화된 문학의 형태”라고 격상시킨다. 장편 소설이 보다 나은 문학 장르의 형태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까닭은 토마스 만에 의하면 “내면화” 그리고 “미세한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인한 행위의 퇴조”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의 복잡한 삶과 개인적 고뇌, 전체적 체제에 대한 개개인들의 불만과 심리적 대응 등을 담을 수 있는 장르는 장편 소설 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지적은 토마스 만이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가설을 반증해준다.

 

토마스 만은 무엇보다도 사회 형태 그리고 장르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세밀하게 언급한다. 소설의 “본원적 민주주의는” -만에 의하면- 장편 소설을 “우리 시대의 주도적인 예술 형태” 내지는 “현대적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은 민주주의와 수월히 접목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장편 소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민주주의가 뒤늦게 정착된) 19세기 독일에서 (그러니까 고전주의 시기에) 어떤 “낯선 장르”로 인식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토마스 만은 놀라울 정도로 정밀한 하나의 명제를 내세우는데, 이는 3월 전기 이후로 독일 장편 소설에 관한 토론에서 계속 발견되는 것이기도 하다.

 

장편 작가는 토마스 만에 의하면 “현대 문학 예술가의 가장 훌륭한 전형”이라고 한다. 장편 작가는 (사회적 흥미와 심리적 명민함으로써) 감정 및 정서를 구성적으로 혼융시켜,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키는 비판적 소질을 지닌 자이다. 토마스 만은 이렇듯 장편 소설을 찬양함으로써 자신의 예술적 정치적 입지점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토마스 만은 많은 강연과 에세이에서 장편 소설 장르에 관해 언급할 뿐 아니라, 직접 자신의 소설에 관해 거론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자신의 문학 작품에 관한 언급은 세부적 사항 (이를테면 개별 작품의 언급 그리고 문장 등)에 국한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낭만주의와 연계된 개념들에 관한 토마스 만의 입장이다. 예컨대 장편 소설은 만에 의하면 (다른 개별적 장르를 포함하기도 하고, 개별적 장르들과 중복되기도 하는데) 포에지의 특성과 비판적 특성을 일원화시키게 한다. 다시 말해 장편 소설은 양에 있어서 방대할 뿐 아니라, 질에 있어서 여러 가지 특성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비유적으로 말해 칠현금과 활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 물건들은 토마스 만과 니체에게는 “아폴로의 도구들”이다.

 

토마스 만은 신화에 대한 장편 소설의 관계, 소설 기술상의 문제 등에 관해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독일과 유럽과 같은 실제 현실의 상황 문제 그리고 언어의 본질에 관한 문제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토마스 만의 시학은 고답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19세기의 소설에 관한 제문제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