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골드만의 '장편 소설의 사회학'

필자 (匹子) 2026. 3. 27. 09:38

뤼시앙 골드만 (L. Goldmann, 1913 - 1970)의 "장편 소설의 사회학 (Pour une sociologie du roman)"은 1964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골드만은 -젊은 루카치와 마찬가지로- 예술의 사회적 특성을 오로지 사회 내용의 반영속에서 고찰하지는 않는다. 예술 형식과 삶의 형식 사이의 관계는 골드만의 경우 문학 작품의 구조 그리고 사회내의 그룹의 사고 구조 사이의 동질성과 일치한다. 골드만은 주어진 사회의 내용과의 관련성속에서 문학 작품의 해명 작업이 완전히 가능하다고 고찰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주어진 사회의 제반 문제점을 해결한 바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이와 상응한 문학 작품을 완전히 해석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상기한 두가지 다른 영역 사이의 관련성은 재구성이 가능하다. 골드만은 의미 구조로서의 문화적 창조가 오로지 어떤 생성 방법에 의해 해명되고 이해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골드만에게는 사회의 어느 그룹이 문화적 창조의 고유한 주체이다. 어떤 사회 그룹내에서 어떤 감정, 성향 그리고 이념 등이 형성되는데, 이것들은 특정한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서 태동한 것들이다. 어떤 그룹 혹은 어떤 계급의 공동적 의식속에서 발전되는 것은 어떤 세계관의 요소들이다. 이 요소들은 위대한 예술 작품 내지는 철학서에서 주어진 현실 상황에 합당하게 표현되고 있다. 세계관적 요소의 구조 역시 골드만에 의하면 사회 그룹이 총체적으로 지향하는 무엇의 구조와 일치한다.

 

골드만은 (파스칼과 라신느의 작품 분석을 시도한) "숨은 신 (Le Dieu caché)"에서 이미 본서의 내용의 출발점을 가장 훌륭하게 거론한 바 있다. 그렇지만 동시대의 소설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는 경제 구조와 문학 작품의 구조 사이에 하나의 연결점으로서 공동적 의식을 발견할 수 없었다. 현대의 장편 소설은 “여러 가치들에 대한 추적을 표현하고 있긴 하나, 그것들은 실제 어떤 유일한 사회의 그룹을 더 이상 대변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서의 경제적 삶을 함축적으로 축소해놓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골드만은 모더니즘에 대해 (소설 세계의 복잡한 구조 그리고 시장 경제 사회의 사회 경제적 구조 사이의) 어떤 동질성 이상의 무엇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대부분의 경우 사용 가치를 교환 가치로 축소화시키지 않는가?

 

골드만은 여기서 장편 소설 형태의 세가지 발전 단계를 구분한다. 첫째, 19세기 장편 소설에는 주로 “문제를 지닌” 영웅이 등장하는데, 가치 하락된 세상에서 자신과 주어진 현실에 합당한 가치를 찾으려고 한다. 장편 소설의 두 번째 형태의 단계는 (조직적 자본주의 역사의 시기로서) 자본주의적 횡포가 자행되던 20세기 초반의 시기를 가리킨다. 이때 두가지 형태의 다른 소설 형태가 등장한다. 그 하나는 개인적 영웅을 은폐시킨 소설 작품들 (죠이스, 카프카, 무질, 사르뜨르, 까뮈 등의 문학)이요, 다른 하나는 객체들의 어떤 자생적 우주가 출현된 것을 다룬 소설 작품들 (로브-그리예)이다.

 

이러한 유형의 추상적 구조 동질성에 관한 테제는 결코 강요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면 다양한 현대 소설들은 하나의 구조 동질성에 의해 깡그리 해명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현대의 학자들은 골드만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동조하지 않았다. 만약 골드만이 어떤 내용 사회학을 거부하고, 무엇보다도 작품의 구조만을 고찰한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나름대로 충분한 내용 형태를 고찰하고 있는 셈이다. 즉 골드만에게 작품의 구조란 오로지 현실에 부응하는 일치성 그리고 문학적 철학적 주제와 연결되는 것이다. (언어학적 문체학적) 표현 형태가 모조리 (세계관의 구조라는) 내용 형태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면, 어째서 그게 가능한지를 골드만은 철저히 보완 설명해야 옳았다. 골드만의 작업 "장편 소설의 사회학"이 20세기 후반에 프랑스 구조주의자들에게 신랄하게 비판당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