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프레드릭 제임슨의 '정치적 무의식'

필자 (匹子) 2026. 3. 22. 10:28

프레드릭 제임슨 (Fr. Jameson, 1934 - 2024)의 "정치적 무의식. 사회적 행위의 상징으로서의 문학 (The political Unconscious. Narrative as a social symbolic act)"은 1981년 뉴욕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제임슨은 맑스 문학 이론 (루카치, 사르트르)의 신헤겔주의적 전통을 구조주의 내지는 후기 구조주의 이론의 출발점 (레비-스트로스, 알튀세르, 라캉, 들뢰즈, 가타리, 그라이마스)과 결합하고 있다. 흔히 후기 구조주의자들이 이른바 신헤겔주의적 전통으로부터 급진적으로 일탈하려 애쓴 점을 고려한다면, 제임슨의 시도는 놀랍고도 독창적이나, 기이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임슨은 (후기 구조주의자들이 맹렬히 공격한) 마르크스와 헤겔의 다음과 같은 전통적 카테고리들을 폭넓게 수용한다. 가령 중개, 총체성, 생산 양식의 순서로서의 역사, 역사주의, 해석학 그리고 이해력, 서술, 토대, 상부 구조, 유토피아 등이 그 카테고리들이다. 제임슨은 구조주의적 분석과 해체 구성에 입각하여 전통적 문학 이론의 구상안을 의심한다. 한편으로는 중개, 토대 그리고 하부 구조에 대한 알튀세르의 비판에 대하여 그는 반영 이론으로써 혹은 골드만의 동일성 개념으로써 맞선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개”란 제임슨에 의하면 회피할 수 없는 개념이다. 중개란 하나의 “다른 상태로의 부호화 Transcodierung”로 기술되고 있다. 제임슨은 역사와 문학사를 일차원적으로 일-직선적으로 고찰한다는 비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즉 푸안차스 Pouantzas와 에른스트 블로흐를 예로 들자면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생산 양식 혹은 문학적 장르는 동시성에 의해서 출발한다고 한다.

 

제임슨은 프랑스 이론가들과 마찬가지로 이해 (Sinn)와 의미 (Bedeutung)의 실제적 차이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는 “궐석한 원인” (알튀세르)으로서의 역사가 문학적 텍스트에 기술되어 있고, 비평가에 의해 재구성되는 정도에 따라] 해석학에 관한 텍스트를 원용할 뿐이다. 이때 현실과 역사는 -제임슨에 의하면- 제한적 가치로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즉 언어와 텍스트에 관한 상징적 질서를 부여할 경우에 한해서만 현실과 역사는 유효하다.

 

따라서 소설, 역사 그리고 해석은 제임슨의 경우 특권적으로 변화된 카테고리이며, “주요 부호 (master code)”이다. 제임슨은 (오히려 고전적 구조주의에 속하는) 두 개의 모델에서 출발하여, 이를 변증법적으로 원용한다. 그러니까 첫 번째는 레비스트로스의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니까 개별적 소설은 현실적 모순을 상상력으로써 해결한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각기 주어진 이데올로기적 의식의 한계에 대한) 그라이마스 (Greimas)의 구조적 모델이다. 그라이마스의 모델은 그 자체 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제임슨은 이를 자신의 고유한 변증법적 해석 모델로 이전시킨다.

 

제임슨의 모델에 의하면 세 가지 의미론적 지평이 문학 텍스트의 가능성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첫째는 어떤 개별적으로 고립된 사건들의 연속으로서의 역사, 둘째는 어떤 사회 계급들 사이의 투쟁의 연속으로서의 역사, 셋째는 어떤 사회적 형태 및 생산 양식의 연속으로서의 역사이다. 이때 기억의 흔적들 그리고 유토피아적 선취 (블로흐) 등은 어떤 선택되어야 할 사회 모델에 관한 상상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작품은 첫 번째 지평 속에서 상징적 행위로서 파악되고, 두 번째 지평에서는 이데올로기적 그리고 사회 계급의 절대적 토론의 부분으로서, 세 번째 지평에서는 역사적 과정에서 텍스트의 위치가 포착될 수 있는 형태의 이데올로기가 파악된다. 이러한 모든 틀은 고유한 독서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제임슨은 19세기의 많은 문학 텍스트에다가 자신의 이론적 모델을 실제로 도입한다. (사실주의로부터 자연주의를 거쳐 그리고 모더니즘에 이르는) 19세기 소설 문학을 언급하며, 복잡한 이론으로써 가령 루카치의 견해를 부분적으로 비판한다. 제임슨의 기본적 입장은 19세기 사회적 현실을 물화(物化)의 과정으로 파악한 루카치의 입장과 가깝다. 마지막으로 “형태의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은 모더니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것이다.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용어 자체는 “무의식은 마치 하나의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라는 라캉의 입장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킨 것이지만, 문학의 정치적 사회적 차원들에 대한 이데올로기의 조건적 억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는 아울러 70년대 프랑스와 미국에서 제기된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의 특징적 내용이기도 하다. "정치적 무의식"의 발표 이후로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내의 문학과 문화에 대한 그의 작업은 마르크스주의, 해석학 그리고 (후기) 구조주의 등을 긴장감 넘치게 관련시키는 독자적 시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