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참제비고깔'

필자 (匹子) 2026. 7. 18. 14:50

참제비고깔

박설호

 


당신의 뿌연 그림자 바로 보고 싶어요
푸르께한 꽃잎은 나의 눈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그만큼
당신 얼굴 감감해지는 까닭은


당신의 달콤한 목소리 듣고 싶어요
가지의 털은 나의 귀
내 마음 울적할 때에만 이어(耳語)하는
당신 엿들으려 하는 이유는


당신의 따뜻한 가슴 만지고 싶어요
초록 잎사귀는 나의 손
멀리 떠나신 후에야 당신 그리워
마구 볕살 거머쥐려는 까닭은


당신의 달보드레한 입술 더듬고 싶어요
꽃주머니는 나의 혀
내 안에서 꽃잠 빠진 당신 가까이
일순 냉랭함을 맛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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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 강 2024, 1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