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담 청량리 선녀
박설호
늦여름 밤 청량리
자갈밭 근처 어두운 골목
젖먹이를 업은 포대기 끈 사이로
살며시 드러난 암술 하마
당신 행인들에게
밟힐까 걱정하며
아무런 애정도 수신호도
보낼 수가 없구나 나는 그림자야
허공을 맴도는 돌개바람
기댈 언덕이라곤
이승의 담장일 뿐
내 아기와 혼자서 목숨을
연명하려는 아내 용담이여 먹고
살려고 젖가슴과 레깅스
하반신 드러내며
꽃값 벌려 하지만
당신의 찬란한 처절함에
그 누구도 꾸벅 황홀해하지 않네
당신 호색녀라는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야
파 농사 식당 보조
허드렛일 마다하지 않아
병든 부모 병원비 동생의 생활비
싸울아비에 맞아 죽은 나
아 힘없는 그림자
아기를 잠재우고
찾아오는 수컷들과 용의
쓸개 쓰라린 쾌감을 즐기고 있지
내가 왕벌이라면 아 고해
속 플랑크톤으로
이승 다시 태어나
하루 살 수 있다면 아득한
레테 강의 어귀에 막장 텐트 치고 *
당신의 자줏빛 자궁 속에서
꿀잠 자고 싶구나
..................
* 레테 강: 저승에는 망각의 여신 레테의 이름을 딴 강이 흐른다. 강물을 마시면 전생의 기억을 잃게 되는데, 망자들은 이 강물을 마셔야 한다.
출전: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 강 2025.

박수근 화백의 그림 "빨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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