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노랑붓꽃'

필자 (匹子) 2026. 5. 15. 11:25

노랑붓꽃

박설호

 

 

우금치 계곡에서 장군님 영혼이 깨어났어요
흰옷의 피가 오롯이 싹 하나 틔우게 했을까요
첫번째 외화피는 어머니의 통곡 소리
그래도 버덩에서 살며시 옷 벗어 던졌지요

 

시천주 외치다 그만 눈자위 퉁퉁 부었지*


일본의 흰꼬리수리 나절가웃 모두를 노렸지요
장군님 우린 꼼짝 않고 따뜻한 봄 기다렸어요
두번째 외화피는 고개 숙인 아내 근심
씨앗들 성 이름 바꿔 멀리 떠나야 했지요


꽃말이 이어질 것을 무시로 타울거렸지


장군님 나와 함께 그늘에서 감투거리 즐겨봐요
지나가는 청포 장수 우릴 보며 얼굴 빨개지지요
세번째 외화피는 딸이 흘린 피 냄새
죽음이 우릴 다시 사랑하게 했어요 에움길에서

마파람 꽃씨 몇 개를 부안으로 날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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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천주: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万事
知). 동학의 주문.

 

** 출전: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 강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