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안과 밖'

필자 (匹子) 2026. 4. 23. 20:42

안과 밖

박설호

 

동물원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성난 짐승과 겁쟁이 토끼들

갇혀 있지만 자유롭게 사는 것을

그럼 누가 갇혀 있는가.

 

바둑 두어보면 알 수 있다

상대방 잡으려고 애쓰면

스스로 노림수에 당하고 마는 것을

과연 누가 약자인가

 

감옥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이 동료의 고통

감싸줄 줄 아는 무법자들임을

그럼 누가 수인인가

 

병에 걸리면 알 수 있다

이 땅 위에는 살아 죽어있으며

죽어 살아있는 자들이 많음을

과연 누가 죽어 있는가

 

가산 탕진하면 알 수 있다

내 돈과 남의 돈만 있을 뿐

우리의 재산은 아직 없다는 것을

그럼 누가 가난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