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자장면을 먹다가'

필자 (匹子) 2025. 12. 17. 10:58

 

 

자장면을 먹다가

- 정원섭 목사님을 기리며

박설호

 

당신은 하나님의 고결한

밀가루 반죽인데도 멋모르는

나는 오늘도 자장면 그릇 비우는

식객 무심한 두발짐승

 

당신의 믿음 아니 자존심은

고난에도 동맥을 끊지 않게 하시고

감옥의 벽에다 머리를 찍어서

피 흘리지 않게 하셨지요

 

우리가 애틋하게 여길 것은

세월로 부풀어 오르는 나잇살

가죽부대가 아니라 억울한 고통으로

끓어오르는 목숨 거품일까요

 

그날이 오면 내 아픈 마음

내 살점 뼈를 갈아 수제비 빚어서

펄펄 끓는 기름통 언저리에다

무시로 살짝 던져주소서

 

 

 

영화 7번 방의 선물 한 장면

 

 

정원섭 목사님 (1934 - 2021)은 영화 "7번 방의 선물"의 실제 인물이다. 1972년 ‘초등학생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누명을 쓰고 15년을 복역했다.

사진은 2011년 10월 27일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자신의 소회를 밝히고 있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