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찰옥수수 2'

필자 (匹子) 2025. 12. 29. 12:00

찰옥수수 2

박설호

 

 

과거나 미래 모두 두려움만 안겨줘요

 

나는 튼실한 찰옥수수예요 열매가 익을 무렵 당신의 아들이 세상에 태어났지요 언젠가 당신의 아버지는 말했지요 자식의 탄생에 기쁨보다 근심이 앞섰다고 오늘은 1987년 10월 25일 ARD 뉴스에서 비아프라의 어린이들이 보였어요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낸 채 내 새끼들을 더 차지하려고 서로 다투었지요 당신은 안타까워하며 몇 시간 빌레펠트의 숲 사이로 방황했어요 일순 광활한 밭이 당신의 눈앞에 나타났어요 그곳의 어느 농부는 이곳 옥수수가 돼지 사육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요 행여나 돼지들이 출몰하여 나를 짓밟을까 무서워요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찰옥수수 죽을 끓이세요 누가 먹어도 개의치 않으렵니다

 

그래도 찰옥수수는 다시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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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 도서 출판 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