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옥수수 1
박설호
나는 발가벗은 채
물구나무 선 여자예요
멋진 자궁의 수염
하늘로 허우적거리며
머리카락 한 올씩
땅속에 묻고
초라하게 보이는 암술로
섣불리 꽃을 피우며
다음의 세상을
가꿔가지요 햇빛
공기 그리고 흙은
나를 키우는 영혼
나는 다만 이들 몸이에요
그러매 사랑이란 죽음이에요
나에겐 삶과 죽음의
문턱이 없지요
당신에겐 죽임과
살림이 생활의 전부지요
그렇기에 당신은
쾌락을 위하여 서로
싸우고 내 씨알 마구
따먹으며 콩팥
물들이는 노란 액체를
남기지요 나는
온통 발가벗은 채
물구나무 선 여자예요
멋진 자궁의 수염
공중 날개 펄럭거리며
허방지방 꽃을 피워요
삶과 죽음이 나누어진
당신에게 나는
일회용 간식이에요

위의 작품은 1988년 독일 빌레펠트에서 완성된 것입니다.
출전: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 강 2025.
성녀이자 시인인 힐데가르트 폰 빙겐(Hildegard von Bingen, 1098 - 1179)의 발언이 떠오릅니다. “여성의 성적 쾌감은 태양(과의 만남)과 비교될 수 있다. 왜냐면 태양은 따뜻한 열기로 온화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연속적으로 땅 속으로 파고들어 결실을 맺게 하기 때문이다. Die geschlechtliche Lust bei der Frau kann mit der Sonne verglichen werden, die milde und leicht und ständig die Erde mit ihrer warmen Glut durchdringt, auf dass sie Früchte her vorbrin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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