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서 계속됩니다.)
22.
소설, 죽음의 배, 시체선: 『죽음의 배』 이전에 트라벤은 『목화 따는 사람들』 그리고 10편의 단편을 독일 잡지와 신문에 이미 간행하였다. 그러므로 『죽음의 배』는 그의 네 번째 발표된 소설이었다. 두 번째 장편은 『정글 속의 다리 Die Brücke im Dschungel』였고, 세 번째는 『시에라마드레의 보물 Der Schatz der Sierra Madre』이었다. 마지막 작품은 슈투트가르트의 어느 출판사에서 『죽음의 배』가 간행되기 7개월 전에 감행되었다. 이 책은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처음에는 거절된 바 있다. 나중에 『시에라마드레의 보물』은 41판이나 팔렸다.
23.
작가의 집필 공간: “나는 그 소설을 인디언 초가에서 썼습니다. 책상도 없고 의자도 없었지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실로 엮어 만든 포대를 참대로 사용했으니까요. 종이, 잉크 혹은 연필을 살 수 있는 가장 가까이 있는 상점은 내 거주지로부터 35마일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거의 다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지요. 종이가 부족했어요. 연필로 종이 앞뒤로 빽빽이 써두었습니다. 종이가 떨어지면 소설도 끝나야 했습니다. 할 이야기가 그제야 시작되는데도 말이에요. 나는 이 원고를 인디언 한 명에게 전했습니다. 그가 이걸 미국으로 보내 아는 사람으로 하여금 타자기로 쳐 달라고 말입니다. 허지만 나의 육필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것이었고, 실제로 아무도 읽지 않았어요.”
24.
글쓰기는 목숨을 이어가는 몸부림이다. 그는 소설을 써서 생활비를 벌려고 했다. B. 트라벤을 발굴하고 『죽음의 배』의 출간을 도와준 사람은 도서조합 구텐베르크의 편집장 에른스트 프레창 Ernst Preczang이었다. 그는 1925년 7월 13일 탐피코의 트라벤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1927년 3월 31일자 편지에 밝힌 바 있듯이 전집을 도서조합 구텐베르크에서 소설 간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에른스트 프레창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만 이단자만이 이단자를 깨달을 뿐입니다. 다만 이단자만이 이단을 전파할 수 있고, 같은 생각에 도움을 줄 수 있지요.” 이로써 트라벤의 작품들은 신속하게 출판되었다: 『죽음의 배』 그리고『워블리 (목화 따는 사람들의 증보판)』은 1926년에, 『시에라마드레의 보물 Der Schatz der Sierra Madre』는 1927년에 간행되었다.
당시에는 텔레그램이 드물었다. 또한 트라벤의 경제적 상황 역시 비참했다. 편지를 보내면 빨라도 40일 걸렸다. 먹고사는 문제 역시 베를린에서의 연락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트라벤은 서로 어긋나게 보내는 편지에다 원고료의 선불을 받을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하루하루 노동해서 먹고살아야 할 처지였다. 게다가 그 당시 탐피코에서 기름 채광의 일감은 점점 줄어들었다. 농사를 짓는 일 역시 계절에 따라 가능했다. 트라벤의 편지에는 자신의 이러한 비참한 삶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담겨 있다. 첫 번째 성공이 도저히 기약할 수 없다면 트라벤으로서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작심했다.
25.
영화가 간행되다: 『시에라마드레의 보물 Der Schatz der Sierra Madre』은 1948년 워너브라더스 영화사의 제작으로 1948년에 영화화되었다. 이는 트라벤의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영화화된 것이었다.
26.
놀라운 서평: “잘 알려진 세계문학, 특히 우리 문화권에서 트라벤만큼 백인이 아닌 인디언 어머니의 깊은 영혼의 고통을 문학적 형태로 표현한 사람은 없다. 그것도 1910년에 시작된 혁명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특히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츠의 독재 정치를 생각해 보라. 인디언은 그자를 울고 웃고 말하는 동물로 간주하고 있다.” (도서조합 구텐베르크의 어느 서평에서)
“사람들은 흔히 다음과 같이 믿고 있다. 즉 인디언들은 언제나 전쟁의 장신구를 걸고 다니며, 모두 싸움꾼과 같이 보인다고. 그러나 작품을 통해 인디언들이 단순한 일꾼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 그러니까 자신의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궁핍하게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디언 말이다. 그들은 전쟁터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기를 원치 않으며, 매일 저녁 비밀스러운 뱀의 춤을 즐기지도 않는다.” (어느 서평에서)
27.
인디언이 거주하는 공간은 인디언 보호구역 Indian Reservation이 아니다. 그 지역은 찬란한 봄의 나라다: 트라벤은 1927년 인디언들의 삶을 소개한 책 『봄의 나라 Das Land des Frühlings』를 도서조합 구텐베르크에서 간행하게 하였다. 이 책은 1928년에 간행되었다. 뒤이어 작가는 『백장미 Die weiße Rose』의 작업에 착수한 듯하다.
28.
예술가는 누구인가?: “예술가는 나의 신일 수 없고, 지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권위도 아니어야 합니다.” 오히려 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인간성을 전해주어야 한다. “예술가는 내 생각에 의하면 작품 속에서 다음의 사실을 드러내야 합니다. 즉 그가 나처럼 모든 근심을 지니고 있고, 나처럼 영혼의 모든 질곡에서 벗어나려고 하며, 나처럼 지상의 모든 충동과 결핍을 지니고 있는 지상의 형제라는 사실을.” (...)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고, 우리를 의식적으로 느끼게 하는 자는 오로지 예술가뿐이다.” “우리의 영혼을 세상의 모든 고난으로부터 구원해 주는 자가 있으니, 그는 바로 예술가이다.”
29.
1930년경에 B. 트라벤은 그 자체 하나의 놀라운 개념이었다: 무명작가의 명성을 생각해 보라. 독일어 판, 『죽음의 배』는 무려 10만 여권이나 팔렸다. 1936년 4월 트라벤의 모든 책의 판매 부수는 50만 권에 달했다.
1943년부터 1945년까지의 기간은 트라벤으로서는 엄혹한 시기였다. 히틀러 전쟁으로 인해 유럽과의 서신이 단절되어 있었다. 특히 히틀러 정권은 트라벤의 모든 책을 판매 금지하고 분서갱유했다. 이 시기에 트라벤은 가난 속에서 기약 없이 집필을 계속했다.
30.
트라벤은 어쩔 수 없이 영어판을 간행하려고 결심한다. 1934년 그는 뉴욕에 있는 영국의 알프레트 노프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한다. 1934년 『죽음의 배』가, 이듬해에는 『시에라마드레의 보물 (The Treasure of the Sierra Madre)』이, 1938년에는 『정글 속의 다리 (The Bridge in the Jungle)』가, 1952년에는 『교수형 당하는 자들의 반역 (The Rebellion of the Hanged)』이 간행되었다. 그렇지만 제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죽음의 배』을 재차 간행하려는 트라벤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간다.
트라벤은 영국으로 다음과 같이 편지를 보냈다. “누군가 나에게 (사치스럽게 지낼 돈을 주며, 신상의 안전을 보장하며 수천 달러를 따로 주며) 독일로 여행할 기회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나는 이러한 제안을 거부할 것이네. 현재 노예화된 상태의 나라를 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네. 이탈리아의 ‘제국’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하고 싶네. 점점 동강나 사라지게 될 ‘제국’ 말일세.”
31.
동향 작가들과의 만남을 거부하다: 30년대에 몇몇 독일 작가들은 멕시코에 망명하였다. (Otto Rühle, Theodor Balk, A. Seghers, Bodo Uhse, Egon Erwin Kisch, Gustav Regler, Ludwig Renn, A. Abusch 등). 트라벤의 혁명 동지였던 에른스트 톨러가 1937년 방문했을 때, 망명객들은 “독일 문화를 위한 동맹”을 결성하였다. 그후 1941년에 “하인리히 하이네 클럽” 사람들이 여기에 가담하였다. 그러나 트라벤은 이들과 접촉하지 않았다.
32.
왜 나의 이름이 거론되어야 하는가?: “만약 빵이 충분히 있다면, 사람들은 과연 빵 굽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묻겠는가?/ 만약 새로운 눈보라가 몰아치려고 한다면/ 왜 이미 녹아버린 눈이 칭송 받아야 하는가?” (브레히트의 시, 「왜 나의 이름이 명명되어야 하는가?」에서)

'43 20전독문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로박: 한스 헤니 얀의 '메데이아' (0) | 2026.01.22 |
|---|---|
| 박설호: (2) B. 트라벤, 그는 누구인가? (0) | 2025.11.02 |
| 박설호: (1) B. 트라벤, 그는 누구인가? (0) | 2025.10.31 |
| 서로박: 게어하르트 하웁트만의 '플로리안 가이어' (0) | 2025.09.10 |
| 한스 그림의 '공간 없는 민족' (0) | 2025.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