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대영문헌

서로박: (1) 로렌스의 '날개 달린 뱀'

필자 (匹子) 2026. 1. 6. 09:23

1. 로렌스 문학의 특징과 한계: D. H. 로렌스 (1885 – 1930)는 에른스트 블로흐의 표현을 빌리면 “지나치게 감상적인 페니스 작가”입니다. 45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그가 남긴 작품들은 사랑과 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채털리 부인의 연인』, 『무지개』 등은 성을 탐하는 등장인물의 행동을 노골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여러 번 외설 시비에 시달리기도 하였습니다. 로렌스는 사랑과 성을 억압하고 방해하는 냉혹한 사회의 관습, 도덕 그리고 법 등을 비판합니다. 이러한 비판적 신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의 소설이 오늘날에도 통속 소설과는 다른 각도에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로렌스의 묘사가 오로지 여성의 몸을 탐하는 남성의 시각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족과 사회를 대하는 주인공 여성의 마음가짐 그리고 그 변화는 로렌스에게는 부차적이고 지엽적일 뿐입니다. (엄정옥: 225). 남녀의 사랑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여성에 대한 극진한 사랑 그리고 여성 육체에 대한 남성의 탐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것은 로렌스 문학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2. 여주인공, 아일랜드 여인: 오늘은 로렌스의 장편소설, 『날개 달린 뱀The Plumed Serpent』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작품은 1926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케이트 레슬리라는 이름을 지닌 아일랜드 여성입니다. 그미의 남편은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무력으로 투쟁하다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때 케이트는 남편의 시신 앞에서 망연자실합니다. 그래서 그미는 유럽의 삭막한 물질문명 자체에 좌절감을 느끼고, 멕시코로 도피합니다.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라도, 여행을 떠나는 게 좋을 듯했습니다. 새로운 땅 멕시코는 기분 전환의 여행지로 선택되었습니다. 평소에 멕시코라는 나라를 알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그미의 마음가짐을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그미는 자신의 삶을 가득 채우던 사랑의 환락을 원하지 않았다. 그미의 나이는 이제 마흔, 그미는 자신의 영혼을 찬란한 꽃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3. 멕시코의 신, “쾌찰코아틀”: 멕시코는 주인공에게 경탄을 터뜨릴 만큼, 멋진 곳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혐오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이곳 역시 서양 문명의 폐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케이트는 멕시코 사람들 가운데 특히 인디언들에게서 어떤 비밀스러운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디언들의 몸속에는 마치 어떤 끓어오르는 열정이 자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멕시코를 돌아다니니, 그미에게 다가온 것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잔악 그리고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듯한 사악한 기운이었습니다. 이에 관한 끔찍한 경험은 멕시코에 도착한 첫날 느껴졌습니다. 멕시코시티에서 벌어지는 투우 경기장에서의 혈투에 역겨움을 느끼며, 구토해야 했습니다.

 

다음날 신문에서 “퀘찰코아틀Quetzalcoatl”이라는 이름을 지닌 신에 관한 기사를 읽었을 때 놀라운 느낌을 받습니다. 이 신의 원래 이름은 “쿠쿨칸Kukulcán”이라고 했습니다. 쿠쿨칸은 “찬란한 꼬리 깃털 뱀”의 모습을 띈 신적 존재인데, 사율라 호숫가에서 거주한다고 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감정이 그미의 마음에서 용솟음쳤습니다. 바로 이 순간 케이트는 멕시코에 계속 살기로 작심합니다.

 

4. 광란의 춤과 오르가슴: 케이트는 사율라 호수로 향해 떠납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면서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았던 것입니다. 그 지역은 순식간에 파괴될 것처럼 부드러운 신비로움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케이트는 사율라에서 집 한 채를 임대한 다음, 서서히 그곳의 분위기에 적응합니다. 마침 그곳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광란의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케어트는 반쯤 넋이 나간 채 춤의 향연을 즐깁니다.

 

작가는 남자들 틈바구니에서의 케이트의 춤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욕정을 초월한 욕정 속에 몰입하고 육체를 초월한 육체 속으로 잠입한다. 자기와 상대방 남자 사이에 여성의 위대한 자아와 남성의 위대한 자아 사이에 샛별같이 망설이면서 접촉의 불꽃이 발사된다는 것은 이 얼마나 신비로운가? 바로 자기 곁에 있는 두 남자의 자아조차도. 두 개의 거대한 흐름이 접촉하여 서로 반대 방향으로 느릿느릿 돌고 있는 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Lawrence: 116). 광란의 춤을 통해서 그미는 유럽에서의 냉혹하고 지루한 생활 방식을 떨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케이트는 광란의 춤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여합니다.

 

5. 두 명의 남자와 날개 달린 뱀: 사율라에서 그미는 두 명의 남자와 다시 만납니다. 한 사람은 “시프리아노”라는 이름의 장군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라몬”이라고 일컫는 사내였습니다. 사실 케이트는 멕시코시티에서 그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새로운 방식의 종교 정치 운동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라몬은 멕시코에서 기독교 세력을 몰아내고, 아즈텍의 토속 종교를 재건하려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었습니다. 멕시코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예수, 사회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의 도움을 받지 않아야 하며, 오로지 아즈텍의 신들의 도움으로 재건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는 사망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새로운 신은 오로지 “퀘찰코아틀”, 즉 날개 달린 뱀으로서 멕시코 사람들에게 구원을 안겨주리라고 합니다. 새로운 구원자인 날개 달린 뱀은 인디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안겨주고, “영혼”을 “신비로운 피”로 가득 채우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라몬은 급기야 자기 자신이 날개 달린 뱀이 인간의 모습으로 출현한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케이트는 기이한 사내의 흡인력 속으로 빠져듭니다. 가끔 비밀스러운 힘에 대해 어떤 거부감을 느끼지만, 결국 그미의 의지는 꺾이고 맙니다.

 

6. 라몬과 테레사: 그런데 라몬에게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미의 이름은 칼로타였는데, 엄격하게 가톨릭을 신봉하는 여인이었습니다. 칼로타는 남편의 작당 행위를 혐오하면서, 야훼 신을 모독하는 방종한 짓거리라고 비난했습니다. 라몬은 사율라에 있는 성당에서 예수의 상을 쓸어내고, 대신에 “퀘찰코아틀” 신의 모습을 그린 상을 벽에 설치합니다. 그의 아내 칼로타는 바로 이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미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괴성을 지릅니다. 지금까지 그미는 가톨릭 신앙을 통해서 남편, 라몬의 영혼을 구원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게 되자, 순간적 격정을 억누르지 못하다가, 쓰러져 사망하고 맙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케이트와 라몬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라몬은 테레사라는 여인과 사귀게 됩니다. 그미는 라몬을 찾아온 순례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테레사를 두 번째 아내로 받아들이고 결혼합니다. 테레사는 28세가량의 젊은 여성이며, 라몬과는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었습니다. 그미의 아버지는 대농장을 유산으로 남기고 사망합니다. 두 오빠는 낭비가 심한 방랑자로 타락했으므로, 막내딸인 테레사가 농장의 관리인이 됩니다. 그러나 두 오빠가 그 농장을 뺏으려고 했을 때, 리몬이 테레사를 돕습니다. 테레사는 오빠의 괴롭힘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라몬을 존경하며, 사랑하게 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