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J, 오늘은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밀러 (Henry Miller, 1891 - 1980)의 『결실 맺는 고행 The Rosy Crucifixion』이라는 소설 삼부작에 관해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은 『섹스 Sexus』(1949), 『얽힘 Plexus』(1953), 『연결 Nexus』(1960)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밀러는 집필 전에 의도적으로 세 편의 작품을 구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작품의 길이가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세 편의 연작 소설이 탄생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세 작품 속에 용해되어 있는 전체적 방식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자신이 보낸 칠 년의 삶을 조건 없이 서술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밀러는 프랑스로 도피하기 전, 1923년에서 1930년까지의 미국에서의 체험이 소설 속에 그대로 스며있습니다.
어째서 그가 모든 것을 떨치고 파리로 도피했을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의 젊은 날의 이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헨리 밀러는 1891년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1911년 그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엄마의 여자친구, 파울린느 소토라는 여인을 알게 됩니다. 그미는 밀러 부모님이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헨리보다 15세 나이가 많았습니다. 스무살 청년과 서른다섯의 여인은 상대방의 몸을 탐하면서 밤을 꼬박 지새웁니다. 불면의 밤이 반복되자, 헨리에게 어떤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그 이후에 헨리는 1913년 집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가서, 그곳에서 6개월 동안 레몬 농장에서 일합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파울린느 집에서 동거합니다. 틈나는 대로 아버지에게서 재단사 일을 배웁니다. 밀러는 언제나 부드러운 옷감의 양복을 애호했습니다. “아름답고 고결한 양복”은 마치 좋은 문학 작품처럼 그에게 물신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소설 쓰기가 시작됩니다.
1915년 10월에 헨리는 베아트리스라는 피아니스트를 사귀게 됩니다. 그미는 헨리보다 한 살 어린, 부드럽고 아리따운 처녀였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합니다. 저녁에 만나 열정적으로 살을 섞었는데, 파울린느가 그만 이를 눈치채고 맙니다.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벌어집니다. 결국 그는 파울린느와 헤어진 다음에, 부모님 집으로 다시 입주합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은 뒤늦게 전쟁에 개입했습니다. 국가는 젊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징병하기 시작했습니다. 헨리는 오로지 징집을 면하기 위해서 베아트리스와 서둘러 결혼식을 치릅니다. 기혼남은 군인으로 차출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징집 면제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딸이 태어납니다. 그런데 베아트리스는 남편이 작가 생활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글 나부랭이를 끄적거리는 일은 가정 경제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불현 듯 가장이라는 존재가 생활비를 버는 기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헨리는 가정이라는 질곡으로부터 탈출하여, 창작에 전념하고 싶었습니다. 1923년 부모님이 이혼했을 때, 이에 자극을 받은 그는 프랑스 파리로 도피아닌 도피 행각을 벌입니다.

소설 속에도 이러한 체험이 고스란히 용해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작품 『섹스 Sexus』는 1923년에서 1927년에 겼었던 이야기로서 1945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전신전화국의 인사과장으로 일하는 직장인입니다. 때때로 그는 소설을 집필하기도 합니다. 그는 브로드웨이에 있는 거대한 춤의 궁전에서 무희인 “마라”를 알게 됩니다. 그미의 이름은 나중에 “모나”로 바뀝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마라와 동침하게 되고, 그미의 육체적 마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다음날부터 주인공의 심경에는 커다란 변화가 나타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이 모나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모나의 고혹적인 미소와 육감적인 몸매에 사로잡혀 하룻밤의 정사를 계획헸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그의 마음은 온통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그것은 모나에 대한 연정, 아니 “몸정”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아내, “모드”와 이혼하기로 작심합니다. 그러나 모드와의 이혼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고로 혼인이란 애정 관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경제적 문제 그리고 양측의 가족 관계 등과 결착되어 있습니다. 모드와 헤어지기 위한 법적 심리적 투쟁, 마침내 쟁취한 이혼 그리고 꿈에 그리던 모나와의 재혼 등은 소설의 줄거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자고로 사랑의 감정은 특정인에게는 그들의 코끝을 스쳐 지나가는 향기인지 모릅니다. 원래 인간의 후각만큼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없습니다. 인간은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불과 몇 분만 지나면, 냄새에 둔감해집니다. 바람피우는 남자의 열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사랑의 감정은 어느 순간 죽음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렬한 폭발력을 지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치 불꽃이 꺼지듯이 흔적 없이 꺼지게 됩니다. 영원한 사랑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순간적 열정과 감흥만큼은 죽음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렬할 뿐입니다. 주인공은 모나를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숱한 애정행각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다른 여자들과의 동침을 그저 재미있는 유희로 생각할 뿐입니다. 그는 가끔 아내, 모드와 잠자리를 함께 해야 하는 것을 오히려 따분하게 여길 정도이니까요. 작가는 여자들과의 성적 유희를 마치 광대의 짓거리처럼 재미있게, 때로는 잔인하게 묘사합니다. 그럼에도 밀러의 성적 묘사는 과장되거나 거짓되지 않습니다. 밀러의 소설은 바람피우는 카우보이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파합니다. 주인공은 새로운 여자와 처음 동침할 때 짜릿한 설렘을 느끼지만, 아내와의 동침할 때 끔찍할 정도로 따분하고 지루하게 여깁니다.
소설 속에서 밀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집필 행위를 위한 열정과 투쟁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는 어떤 위대한 소설을 창조할 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뉴욕의 보헤미안 출신의 친구들과 문학적 우상에 대해 끝없는 토론을 벌입니다. 작가 밀러의 우상은 도스토예프스키 Dostoevskij, 뵈메 Böhme, 비용 Villon, 랭보 Rimbaud, 스트린드베리 Strindberg, 니체 Nietzsche, 단테 Dante,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 등과 같은 일급 작가들입입니다. 헨리는 이들의 예술, 시대를 뛰어넘는 세계관, 그들의 순교 정신 등을 찬양합니다. 그런데 모나는 작가의 실제 삶과는 달리 주인공의 문학적 재능을 높이 평가합니다. 주인공, “나”는 모나와 결혼한 몇 달 후에 사표를 제출합니다. 직장을 때려치운 뒤부터 더욱 자유로움을 느끼며, 창작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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