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내가 소년이었을 때 3'

필자 (匹子) 2025. 9. 19. 06:13

내가 소년이었을 때 3

박설호

 

 

한 살 무렵

섬진강 바람 밀려

영도에 파묻힌 고추씨 하나

 

오종종한 판잣집들

사이의 미로에서

가련한 공주 껴안으며

보물을 찾던

아라비안나이트

고갈산에 올라

물구나무서서 바라본

뒤집힌 무덤 위의

바다 방파제

비행접시로 둔갑한

 

외항선 몇 척

장난이 그만 훔쳐간

꽃상여 소년의

익사 여름이 저지른

눈물바다

문건아 상득아

죽은 용철아

비포장도로에서

연탄을 팔던

이모부 숨어라

 

빚쟁이 와요

꼭꼭 숨어라 엄마의

재봉틀 소리에

장단 맞추며 끓던

수제비 국물

한복 입고 돌아온

아빠 까만 고무신

그 위의 수인번호 107

허나 철창 속에

갇힌 적이 없었던

 

나의 욕망 새벽의

초인종 소리에

문밖으로 달려가 보니

모도리 천안 누님

이미 떠나고 종일

연을 날렸다

아쉬움에 끊겨 나간

실타래 그냥

떠나보낸 유년기

스러진 연정

 

열다섯 살 때

바닷바람 휩쓸려

영도 떠난 고추 줄기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