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게어라흐트 륌의 시, '소유는 절도이다'

필자 (匹子) 2026. 1. 21. 11:21

게어하르트 륌 (1930 - )은 음악과 미술 영역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시인이다. 그는 1930년 빈 필하모니 악단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나다. 그는 빈 음악 아카데미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전공하였으며, 12음계 법을 배우다. 베이루트에 몇 달 체류하는 동안에 동양의 음악에 매료되다. 50년대 빈 그룹의 발기인이기도 한 륌은 1964년 베를린으로 이주하였으며, 1972년에 함부르크에 있는 미술 대학에서 그래픽을 강의하다. 1975년에 쾰른으로 이주한 그는 예술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창조적 작업에 매진하다. 나중에 륌은 음악 그래픽 기술을 활용하여 시각의 음악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그는 극작품, 실험적 방송극 그리고 실험 시들을 많이 발표하였다.

 

소유는 절도이다

게어하르트 륌

 

나의 머리카락

나의 머리통

나의 두 눈

나의 두 귀

나의 코

나의 입

나의 목

나의 두 팔

나의 두 손

나의 몸통

나의 두 고환

나의 좆

나의 여자

나의 질

나의 허벅지

나의 무릎

나의 두 장딴지

나의 두 발

나의 두 구두

나의 세계

나의 뇌

 

eigentum ist diebstahl von Gerhard Rühm: mein haar/ mein kopf/ meine augen/ meine ohren/ meine nase/ mein mund/ mein hals/ meine arme/ meine hände/ mein rumpf/ meine hoden/ mein glied/ meine frau/ meine scheide/ meine schenkel/ meine knie/ meine waden/ meine füße/ meine schuhe/ meine welt/ mein gehirn

 

(질문)

1. 1970년에 발표된 이 시는 21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시적 자아의 신체 기관이 아닌 것은?

2. 마지막 2행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나의 세계” 그리고 “나의 뇌”가 맨 뒤로 배치된 것은 결론적 명제로 이해됩니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3. 문제는 “여자” 그리고 “질”을 나의 것으로 단정하고 이를 나의 세계로 이해하려는 시적 자아의 태도에 있습니다. 제목을 고려하여 이러한 태도를 설명해 보세요.

 

(해설)

제 1행부터 19행까지는 신체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은 나의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시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례로 신체 기관을 묘사합니다.

 

시적 자아의 신체 기관이 아닌 것은 “여자” 그리고 “질”입니다. 시적 자아는 남자이지만, 이것들을 “나”의 소유물로 규정합니다. 현대의 카사노바들은 뭍 여성들과 살을 섞은 뒤에 속된 말로 “꽃을 꺾다 (deflorieren)”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손해를 입는 자는 여자들이 아니라, 남자들입니다. 왜냐하면 남자들은 생물학적으로 정 (精)을, 심리학적으로 정 (情)을 모조리 여성에게 바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자들이 “여성을 정복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귀한 정액 (veri spermen)”을 허비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앞당기는 짓거리가 아닌가요?

 

시인은 “나”라는 남성의 가부장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태도를 비아냥거립니다. 프루동 (Proudhon)도 말한 바 있듯이, “소유는 하나의 절도 행위 (La propriété, c’est le vol!)”인데도, “나”는 함부로 특정 여자 그리고 그녀의 생식기를 자신의 소유라고 규정합니다. 한마디로 상기한 시가 비판하려는 것은 속물 남성의 사고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육체 기관 속에 여성의 육체 기관을 연결시켜 제 것으로 삼으려고 의도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반증해주는 것이 바로 시의 제목이 아닙니까?

 

 

게어하르트 륌은 1930년 생으로서 아직 생존하는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