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약한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 (Georg Simmel, 1858 - 1918)의 대표작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1900년에 발표된 『돈의 철학 (Philosophie des Geldes)』입니다. 이 작품을 통하여 지멜은 오랜 시일에 걸쳐 추구해온 가치이론 그리고 서구 철학의 문화사를 망라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사회학 그리고 역사 철학을 총결산한 셈입니다.
이 책은 두 가지 차원에서 놀라움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사항은 철학사에 있어서의 세기말의 다양한 전환기적 사고들을 “제반 철학들”이 아니라, 단수인 “철학”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세기말의 문화적 풍토는 급변하는 사회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듯이 수많은 예술적 사조를 드러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멜은 “돈”이라는 교환 수단으로 사회적 현상을 요약하려고 시도합니다. 두 번째 사항은 지멜의 모든 개념이 구체적이고, 서술 방식에 있어서 에세이 형식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멜에 의하면 “돈”은 신시대의 문화에서 나타나는 기초적 상징으로 출현합니다. 돈은 사회 전체의 모든 교환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경제적 수단, 물질 내지 범례들은 “현존재의 외부적 현상들과 내부적 이념의 잠재성 사이에 주어져 있는 관계의 표현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이러한 관계는 교환의 관계이며, 관계의 표현의 돈의 교환행위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돈의 가치는 막강합니다. 나아가 돈이라는 객체는 제반 가치와 인식을 절대적으로 상대화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돈은 절대적으로 움직이는 세상의 특성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지멜의 책은 상기한 내용을 고려하여 세 개의 단락으로 구분됩니다. 첫째 단락에서 저자는 가치, 교환 그리고 진리 등이 나타나는 현상에서 현대 세계의 가장 기초가 되는 특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바로 실체화된 상대성으로서의 돈을 가리킵니다. 그렇지만 돈 자체는 물질적 그리고 정신적 재화 사이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끝없이 오고가며, 교환될 뿐입니다. 돈의 대체 기능 그리고 가치의 증명 기능은 끝없이 교차됩니다. 이로써 지멜은 개인주의에 입각한 가치 이론을 내세우는 셈입니다. 실체의 가치는 돈에 의한 어떤 기능 가치로 이전됩니다. 이로 인하여 드러나는 것은 상대 관계로서의 진리이며, 지멜은 이를 강하게 주장합니다.
따라서 돈이란 지멜에게는 객체로서의 모든 대상들을 화폐의 가치로써 상대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간주됩니다. 가령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든 생각은 오로지 다른 무엇에 대한 관계 속에서 참일 수 있다.” 이로써 지멜은 진리의 기능 이론 외에도 실증주의, 가상주의, 심리주의 등의 차원에서 고찰한 (참되거나 차단된) 입장 등을 발견해내려고 애를 씁니다. 이러한 입장들은 서로 합쳐질 수 없는 이질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두 번째의 장에서 저자는 실체적 존재로서의 사고가 돈에 의해서 어떻게 기능적 존재로서의 사고로 변화되는가를 추적합니다. 다시 말해서 돈의 역사는 실체의 사고로부터 기능의 사고로의 변화 과정과 평행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두 가지의 발전은 인간 삶의 지적 요소의 증가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지멜은 두 가지 사항, 즉 돈에 의해서 변화되는 사고의 기능화 그리고 돈에 의해서 강화되는 지적 특성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멜에 의하면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호 작용은 지멜이 말하는 “상호 상관 개념 (Korrelationsbegriff)”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의 장에서 저자는 삶의 거대한 경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간 삶의 질적 특성은 돈에 의해서 상대화되고, 급기야는 양적 특성으로 축소화된다는 것입니다. 돈은 이러한 발전 과정의 정점에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네 번째 장에서 지멜은 개인적 자유 그리고 돈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명히 규정하려고 합니다. 이로써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해내려고 합니다. 즉 과거의 모든 사람들은 직접 만나서 물건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나 돈이 사용됨으로써 인간관계는 더 이상 직접적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가령 우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채권자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각서에 사인만 할 뿐입니다. 이로써 형성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자유 그리고 사물의 객관성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새로운 경제적 종속 관계 내지는 가장 기초적인 소외 현상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야 말로 지멜이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마르크스주의의 변형된 수용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지멜은 마르크스주의를 무조건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돈의 사용으로 인하여 어떻게 자신의 의식 구조를 변화시키는가?, 돈으로 인해서 기능적 사고가 어떻게 발전되는가?, 그리고 돈의 사용으로 인한 인간이 얼마나 소외되는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지멜은 이러한 모든 것을 다만 자신의 진리의 상대주의라는 입장에 근거하여 세밀하게 파헤쳤습니다. 지멜은 돈의 교환가치에 관해서 있는 그대로 구명했을 뿐, 돈의 축적이 어떠한 자본주의의 해악을 끼치는가? 하는 문제를 구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돈의 철학"이 끼친 영향은 분명히 있습니다. 즉 지멜은 돈의 끝없는 교환 과정 그리고 내면과 외부 사이의 끝없는 작용을 해명함으로써, 이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참고로 임석민 교수님의 책을 소개합니다. 1. 이 책은 지멜의 책에 비해 실제 삶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돈의 철학이라고 하지만, 문학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가령 위대한 개츠비에 관한 장은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20세기 21세기 한국의 현실을 전제로 서술했기 때문에 19세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지멜의 책에 비해 현대적 감각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해하기가 수월합니다. 3. 많은 실천적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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