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해명해 다오, 사랑을'

필자 (匹子) 2025. 11. 24. 09:12

잉게보르크 바흐만 (1926 - 1973): 바흐만 (본명: 루트 켈러)은 오스트리아의 클라겐푸르트에서 교사의 딸로 태어나, 1973년 로마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다. 그미는 인스부르크, 그라츠, 빈 등지에서 철학, 문학, 심리학을 공부하였으며, 1950년 하이데거의 실존 철학의 비판적 수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다. 그후 바흐만은 방송 편집을 맡아서 일하다. 1953년부터 자유 작가로 활동한 바흐만은 1953년부터 1957년까지 주로 로마에 살면서 시, 소설 그리고 방송극 등을 발표하다. 그미는 50년대에 스위스의 극작가 막스 프리쉬 (Max Frisch, 1911 - 1991)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다. 1959/ 60년에 그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시학 강연을 행했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1965 년부터 로마에 정주하다. 바흐만은 작가로서 그리고 번역가로서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바흐만은 감동적인 방송극과 소설들을 많이 남겼다. 행복과 고통에 관한 경험, 이에 관한 극단적 유혹 등이 바흐만 문학의 일관된 주제이다.

 

 

해명해다오, 사랑을

잉게보르크 바흐만

 

그대의 모자, 조용히 열리고, 인사하며, 바람 속에 흔들리고,

덮이지 않은 그대의 머리에다 비구름이 해를 가하며,

그대의 심장은 다른 곳에서 두근거리고,

그대의 입, 새로운 언어들을 자기 것으로 수용하며,

시골의 방울내풀, 무성하게 자라고,

여름은 아스터 꽃을 피다가 스러지게 하며,

눈송이에 눈 먼 채 그대는 얼굴을 치켜들고,

웃거나, 웃다가, 그대 때문에 죽는데,

또 그대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해명해다오, 사랑을!

공작은 화려하게 놀라면서 꼬리 활짝 펴고,

비둘기는 날개깃을 높이 치켜들며,

구르륵 소리에 가득 찬 공기가 퍼져나가고,

수오리 소리치고, 모든 땅은 거친

꿀을 빼앗기고, 가꾸어진 공원에도

모든 열매는 황금빛 꽃가루로 치장했다.

 

물고기는 붉어지고, 무리를 앞지르며

조가비 동굴 사이 산호 침대로 헤엄쳐 내려간다.

은빛 모래의 음악에 부끄럽게 춤추는 전갈.

딱정벌레는 먼 곳의 가장 멋진 냄새를 맡는다,

오로지 놈의 감각만을 지닌다면, 나도 느낄 텐데,

갑각 아래의 날개를 번쩍거리고,

딸기 넝쿨 얽힌 곳으로 멀리 향하겠지.

 

해명해다오 사랑을!

물은 말할 줄 안다,

손대면 물결이 스쳐 지나가고,

포도 언덕에는 포도 알 부풀다 튕겨나, 떨어진다.

악의 없이 달팽이 한 마리, 집에서 기어 나오고!

돌도 다른 것들을 부드럽게 만들 줄 알다니!

 

해명해다오, 내가 해명할 수 없는 사랑을,

몸서리치는 짧은 순간 내가 오로지

사고와 마주쳐야 하는가? 그리고 혼자

오직 사랑 없음을 인식하고, 사랑 없이 행해야 하는가?

누가 생각할까? 자신을 그리워하는 자 분명히 있다고?

 

너는 말한다, 어떤 다른 영혼이 그 사람을 기대한다고 ...

아무 것도 해명하지 마. 나는 모든 불을

그냥 지나치는 불도롱뇽을 바라보고 있다.

놈에겐 두려움도 없고, 고통도 그를 아프게 하지 못해.

 

Erklär mir, Liebe von Ingeborg Bachmann:

Dein Hut lüftet sich leis, grüßt, schwebt im Wind,/ dein unbedeckter Kopf hat’s Wolken angetan,/ dein Herz hat anderswo zu tun,/ dein Mund verleibt sich neue Sprachen ein,/ das Zittergras im Land nimmt überhand,/ Sternblumen bläst der Sommer an und aus,/ von Flocken blind erhebst du dein Gesicht,/ du lachst und weinst und gehst an dir zugrund,/ was soll dir noch geschehn - Erklär mir, Liebe!

Der Pfau, in feierlichem Staunen, schlägt sein Rad,/ die Taube stellt den Federkragen hoch,/ vom Gurren überfüllt, dehnt sich die Luft,/ der Entrich schreit, vom wilden Honig nimmt/ das ganze Land, auch im gesetzten Park/ hat jedes Beet ein goldner Staub umsäumt.

Der Fisch errötet, überholt den Schwarm/ und stürzt durch Grotten ins Korallenbett./ Zur Silbersandmusik tanzt scheu der Skorpion./ Der Käfer riecht die Herrlichste von weit;/ hätt ich nur seinen Sinn, ich fühlte auch,/ daß Flügel unter ihrem Panzer schimmern,/ und nähm den Weg zum fernen Erdbeerstrauch. Erklär mir, Liebe!

Wasser weiß zu reden,/ die Welle nimmt die Welle an der Hand,/ im Weinberg schwillt die Traube, springt und fällt./ So arglos tritt die Schnecke aus dem Haus!/ Ein Stein weiß einen andern zu erweichen!

Erklär mir, Liebe, was ich nicht erklären kann:/ sollt ich die kurze schauerliche Zeit/ nur mit Gedanken Umgang haben und allein/ nichts Liebes kennen und nichts Liebes tun?/ Muß einer denken? Wird er nicht vermißt?

Du sagst: es zählt ein anderer Geist auf ihn.../ Erklär mir nichts. Ich seh den Salamander/ durch jedes Feuer gehen./ Kein Schauer jagt ihn, und es schmerzt ihn nichts.

 

(질문)

1. 이 시는 1956년에 발표된 시입니다. 시인은 “사랑”을 어떠한 기능으로 생각하는가요? 2연과 3연을 읽고 답하세요.

2. 제 4연에서 “돌도 다른 돌을 부드럽게 만들 줄 안다”는 구절은 어떤 특정한 인간군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어떠한 인간군들일까요?

3. 제 6연에서 “불도롱뇽”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4. 바흐만은 그미의 방송극 『만하탄의 선한 신』(1948)에서 어떤 연인을 묘사합니다. 그들은 절대적 사랑을 추구하다가 사회로부터 멀어져서 선한 신으로부터 죽음의 선고를 받습니다. 사랑, 자유, 순수한 사고 등은 질서라는 틀의 한계 내에서만 인간적 가능성을 실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흐만은 이 작품에서 “인간이 목표에 근접해나가면, 목표로부터 멀어진다.”는 특성을 강조한 셈입니다. 바흐만 문학의 보편적 특성이라고 생각되는 “가능성으로서의 불가능성 줄 당기기”는 상기한 시의 어떻게 표현되고 있습니까?

 

(해설)

바흐만의 시는 총 6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연은 수많은 익명의 연인들의 태도를 간결하게 묘사합니다. 2행에서 7행까지의 대목은 연인들의 사랑에 대한 집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들은 비와 눈에도, “방울내풀”로 암시되는 독초 가득한 들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설령 그들의 사랑이 여름 한철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심장은” 마냥 두근거릴 뿐입니다. 사랑은 때로는 “새로운 언어들을 자기 것으로 수용”할 정도로 연인들을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하며 (4행), 삶의 모든 맛을 모조리 만끽하게 합니다.

 

제 2연과 3연에서 시인은 동물들의 사랑을 묘사합니다. 예컨대 벌들의 사랑 유희는 “거친 꿀”로 암시되고 있으며, 사랑하려고 하는 꽃들의 몸부림은 “황금빛 꽃가루로 치장”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는 “산호 침대로 헤엄쳐” 갑니다. 아무리 배우지 못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식물들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밤이 되면 사랑의 감흥은 “은빛 모래의 음악”으로 인지됩니다. 그러면 전갈은 꼬리를 치켜든 채 “부끄럽게” 춤을 춥니다.

 

제 4연은 제 3연의 내용에 대한 점층적인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자연의 사랑 유희에 동참하지 못하는 시적 자아는 고통스러운 탄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심적 상태는 물 -> 포도 -> 달팽이 -> 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적 자아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모든 존재를 “정 (情)”으로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사랑의 행위를 전적으로 실천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다른 감각 (지적 능력) 때문입니다.

 

만약 오로지 동물의 “감각만을” 지녔더라면, 인간은 “먼 곳으로부터 가장 멋진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인간 삶은 “몸서리치는 짧은 순간”에 불과합니다. 제 6연에서 “불도롱뇽”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는지 모릅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사랑의 근본적 속성에 대한 의인화된 표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죽음을 각오하고 온몸을 던져 사랑하는 모든 생명체를 가리킵니다.

 

바흐만에게 사랑이란 모든 존재를 내적으로 결속시키는 힘을 상징적으로 지칭합니다. 사랑은 외로운 생명체와 생명체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기능하는 한, 거의 종교적 차원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Hoffmann 98: 210). 오로지 사랑하는 자만이 끝없이 새로워지는 창조의 과정 내지 이러한 적극적 실현에 참여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자연스럽게 암수를 찾는, 이른바 동물적 본능 욕구를 상실하고, 더 이상 종교에 맹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일수록 현대 사회에서 급진적으로 고립되어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러한 바흐만의 시는 고립되어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 박설호: 새롭게 읽는 독일 현대시, 한신대 출판부 1997.

- Dieter Hoffmann, Arbeitsbuch. Deutschsprachige Lyrik seit 1945, Bd. 3,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