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IV
본 논문은 루카치를 넘어서는 두 가지 이론적 전망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를 요약하는 게 좋을 듯하다. 첫 번째 사항은 루카치가 충분하게 생각해내지 못한 것으로서 오늘날의 미적 형체가 두 가지 특징으로 우리 앞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진정한 예술적 형체가 있다. 일상의 주체는 이러한 형체를 통해서 자신의 부분적 특징을 인간 유형에 합당한 방향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예술은 주체가 종으로서의 인간 존재에 대한 자신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오늘날 사회적으로 탄생하는 미적인 생산품들은 거의 유형적으로 주체들의 여러 가지 경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이를 문화 산업으로 규정했으며, 오스카 넥트Oskar Negt라든가 알렉산더 클루게 Alexander Kluge 그리고 디터 프로코프Dieter Prokop가 논의한 문화적 생산품들은 세부적 사항에 있어서 일상적 주체의 긍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일상적 삶이 구조가 얼마나 낯설게 작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일상적 삶에 관한 루카치의 이론은 일상 자체를 기본적 면모로 파악하게 하는 장점을 지닌다. 그것은 일상의 정상적 기능 그리고 일상적 삶의 소외 등을 밝히는 데 유효하다. 문화 산업의 체계를 밝히는 이론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찾아내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예술은 내재적으로 인간과 사회를 해방하는 동인을 지니고 있지만, 어째서 제한받으면서 출현하는가? 하는 물음을 생각해 보라.
문화 산업의 산물은 민중 예술의 개념 내지는 대중적 인기를 반영한 예술이 아니고, 예술을 통한 이익 추구의 일감과도 동일시될 수는 없다. 또한 문화 산업의 생산품들은 낙후한 방식으로 이른바 “편안함”이라는 전통적 의미의 예술적 구상과 접목될 수도 없다. (Lukács II: 521ff). 오히려 문화 산업은 소외된 일상 삶이라는 구조에서 파생될 수 있으며, 역으로 소외된 일상적 삶으로부터 자양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만약 우리가 지금 현재의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루카치 이론을 넘어서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예술의 고유한 유형은 루카치에 의하면 결코 오로지 경제적 동인이라든가 정치적 동인에 의해서 파악될 수는 없다고 한다. (Lukács I: 842f). 그의 이러한 견해에 동의한다. 루카치는 현대 예술이 얼마나 커다란 위험에 봉착하게 될지 간파하고 있었다. 왜냐면 그것은 어떤 종교적 필요성과 교묘하게 비가시적으로 결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필요성은 어떤 부분적 특성 내지는 유형적 보편성이라는 틈 사이에서 생겨나는데, 이것이 바로 소외된 일상의 구조라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소외된 일상의 구조가 루카치에게서 동시대의 급진적 예술의 생산 가능성을 차단하게 작용하였다. 현대의 회화 예술가들, 이를테면 데 쿠닝 de Kooning, 잭슨 폭록 Jackson Pollock, 비네트 뉴먼 Barnett Neuman 등은 일상 속에서 은폐되고 물화한 복잡한 현대 사회의 구조를 감각적으로 인지하기 위하여 그것을 풀어헤치고 발전시키지 않았던가?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마치 순수한 색채를 인지하는 것과 같은 예술적 표현을 접하고 향수(享受)하는 일이다. 현대의 회화 예술은 물체와 결부된 상투적 인식을 제거하고, 색채를 통한 통상적인 인지를 거부하며, 이를 해방시킨다. 이로써 우리는 사물에 대한 단순 기술적인 기능 영역을 넘어서는 색채 그리고 형체를 미학적으로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차원적 세계를 고스란히 경험하고, 시각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예술적 형태는 그 자체 완성된 무엇으로 드러나며, 외부의 통상적이고 인위적인 해석학적 관점에 의한 것은 아니다. 예술 작품의 상징성은 예술 외적으로 알려진 무엇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예술 자체에서 내재적으로 그러나는 무엇이다. 만약 예술의 이러한 의향에 약간의 신뢰감을 느낀다면, 우리는 감각에 관한 유효한 특징을 서서히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로써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포이어바흐의 견해는 타당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즉 어째서 인간의 여러 가지 감각이 해방의 힘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생각해 보라. 이러한 힘은 루카치 이론의 취약점에 대한 보충 사항으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루카치는 마르크스주의에 나타난 헤겔의 예술적 관점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긴다. 루카치는 수미일관 다음과 같은 명제를 내세운다. 즉 “예술은 인간 자신의 자의식이라는 단계를 재현한다.”라는 명제 말이다. 그런데 루카치의 이러한 명제는 –인간의 자의식과는 다른 관점을 중시할 경우- 다음과 같이 수정될 수 있다. 즉 “예술은 인간의 감각적 인지 행위를 해방시키는 단계를 표시한다.” 인간의 해방된 감각은 우리 경험의 폭을 넓히게 하고, 그것을 미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는 나아가 사회적 해방의 실천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전제 조건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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