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딜타이의 '체험과 문학'

필자 (匹子) 2025. 12. 5. 08:30

빌헬름 딜타이 (Wilhelm Dilthey, 1833 - 1911)의 "체험과 문학 (Das Erlebnis und die Dichtung)"은 1865년에서 1905년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1906년 라이프치히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딜타이는 이 책에서 레싱, 괴테, 노발리스 그리고 횔덜린 등의 문학 세계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이들을 차례로 분석하고 있다.

 

딜타이의 책은 19세기에 학문의 핵심으로 자리한 자연과학에 대한 반론으로 씌어졌다. 그것은 “역사적 이성의 어떤 비판”이라는 시도를 증명하려 하며, 어떤 자율적인 정신과학의 토대를 발전시키고 있다. 딜타이에 의하면 자연과학이 연구 대상을 “해명 (erklären)”하려고 하는 반면에, 정신과학은 연구 대상에 대한 “이해 (Verstehen)”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딜타이는 거의 모든 것을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킬 수 있는 토대로서의 삶을 거론하면서,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여기서 삶이란 제반 사건들이 집합되고 압축된 것이며, 문학 작품은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문학은 바로 (이러한 제반 사건을 총괄한) 삶에 대한 창조적 판타지 내지는 시적 상상력의 표현이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딜타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문학 작품의 창조는 항상 개인적 체험으로서 혹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로서의 삶에 대한 경험에서 출발한다.”

 

괴테는 포에지를 “어떤 거대한 고백의 단장 (断章)”으로 생각하였다. 바로 그러한 까닭에 괴테의 문학은 딜타이의 입장을 증명하는 데 특히 좋은 범례나 다름이 없었다. 문학 작품에서 “체험된 현실의 소재”는 작가에 의해서 보편적이고도 필연적인 유형으로 형상화됨으로써, “의미심장함”을 지니게 된다. “인간적인 것에 대한 경험”은 이러한 체험 속에서는 “가슴속 느낄 수 있는 모든 게 작품으로 형상화되고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작용한다.”

 

“역사성”이라는 구상안에서 딜타이는 (레싱에 대해 경탄을 아끼지 않으나, 그럼에도 계몽주의자인 그와는 반대되는 입장에 바탕을 두고 있는) 어떤 본질적 구조를 찾고 있다. 레싱은 딜타이에 의하면 “이성에 합당하게 그리고 규칙에 상응하게” 사고한다. 그렇기에 그는 “계몽주의적 입장을 역사적인 세계관 내지는 모든 현존재의 상대성에 대한 인식 등과 화해시키”는 데에 실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징”속에서는 이러한 다양성의 표현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예컨대 (레싱이 원하던 바대로) 긍정적인 제반 종교들 저편에는 “인류의 이상적인 종교”가 종교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모든 믿음은 -딜타이에 의하면- 종교적 체험을 상징하고 있으므로, 어떤 토대에 바탕을 두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노발리스와 횔덜린에 관한 언급은 주로 낭만주의의 역사성과 현대성의 문제로 향하고 있다. 딜타이는 독일 낭만주의의 고유성과 탁월성을 인정하였다.

 

딜타이는 (프리드리히 니체에 의해 중개된 바 있는) 급진적 역사성에 관한 명제와 함께 오늘날 현장성을 지니고 있다. 가령 이는 가능한 이론의 다원적 특성을 강행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곤 한다. 물론 딜타이 역시 어떤 아포리아에 직면해 있다. 즉 한편으로 그는 역사성이 (계몽주의를 추종하는 자에게는) 기껏해야 언제나 동일한 인간 본성의 자주 바뀌는 겉옷에 불과하다는 점을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딜타이는 (언제나 다른 삶속에 도사리고 있는) 보편적이고 실체적인 것조차도 스스로의 표현으로서의 “상징”속에서 끌어내어야 한다.

 

딜타이는 특히 보편적이고 필연적이며 유형적인 형상화에 관한 명제 때문에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게오르크 루카치를 포함한 마르크스주의적 문예 이론가들의 입장은 딜타이 없이는 도저히 생각될 수 없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