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17. 상행위의 근절과 공동소유 제도: 북쪽에는 제반 생산품의 분배를 관장하는 상업 지역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에의 유토피아는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자발적 협동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독교 도시국가』가 농업과 공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나중에 출현하게 되는 로버트 오언의 “평행사변형의 사회 모델”의 이전의 모습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에서 상업이 차지하는 위치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곳 사람들은 이윤을 남기는 상행위 자체를 중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의 재화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서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업의 목적은 기독교 도시 국가에서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역 공동체 사람들이 물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기 위함입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의 경우 사유 재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도시 국가 내에서는 공동의 소유라는 원칙이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금과 은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공동 소유의 원칙에 입각해 있습니다. 이를테면 개인 소유의 거주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18. 사유재산의 철폐와 화폐의 폐지: 사유재산의 철폐는 개개인들이 사적으로 사유물 그리고 생산 도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어느 누구도 돈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화폐는 불필요한 사행심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상적인 도시 국가에서는 교환 가치로서의 화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안드레에의 유토피아의 경우 장사하는 행위는 처음부터 거부되고 있습니다. 돈은 오로지 다른 나라와의 교역에만 사용될 뿐, 도시 국가 내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돈이 사라지면, 인간의 의식 또한 선량하고 순수하게 바뀌리라고 안드레에는 굳게 믿었습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는 어떠한 유형의 시장도 용인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이윤 추구 역시 용납하지 않습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의 경제는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최소한의 욕망을 최대한 충족시키는 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사람들 사이에는 이윤 추구를 위한 경쟁심이 사라지게 되며, 부를 추구하기 위한 욕망 역시 사라질 수 있다고 안드레에는 믿었습니다. 물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입니다. 그렇지만 기독교 도시 국가 내에서는 만인은 풍요롭지는 않지만, 최소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치, 노동 없이 놀고먹는 삶 그리고 구걸 행위 등은 이곳에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일정 시간 동안 노동해야 합니다.
19. 노동에 대한 가치 부여: 안드레에는 어떤 일감이든 간에 노동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우리는 이에 관한 예를 약 네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기독교 도시 국가에서는 천박한 노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동에 익숙한 사람들은 결코 특정한 일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북쪽에는 14개의 건물이 존재하는데, 이곳에서는 동물들이 도살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는 도축행위를 비천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짐승을 도살하고 내장을 꺼내는 일을 결코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둘째로 안드레에는 노동자들의 능력이 다양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의 수공업자들은 무언가를 배우는 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공업과 학문은 필수적으로 관련된다고 저자는 생각하였습니다.
셋째로 기독교 도시 국가의 사람들 가운에 어느 누구도 아무런 생각 없이 노동에 임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일감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마지못해서 억지로 광부로 일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금속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는 자세로 노동에 임합니다. 넷째로 안드레에는 직업병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예컨대 한 가지 일을 과도하게 행하는 사람은 조직적으로 스포츠 활동을 행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노동자들은 육체적으로 강건하고 균형 잡힌 몸과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20. 가족제도와 결혼: 기독교 도시 국가에서는 가족제도 역시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기독교 도시 국가에서 살아가는 약 400명의 사람들은 공동체를 가장 우선시하고, 그 다음으로 가족을 중시합니다. 따라서 사생활은 공동체의 노동과 교육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 제한받습니다. 남녀는 남자는 24세, 여자는 18세가 된 이후에 기독교의 의식에 따라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습니다. 결혼하는 남녀들이 배우자를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은 오로지 인품입니다. 결혼한 때 부모의 동의는 필요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혼의 기능은 무엇보다도 자식 낳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식 다음에 이어지는 피로연은 무척 간소합니다. 게다가 이곳 사람들은 지참금의 문제라든가 혼수 비용으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신혼부부는 국가로부터 거주지와 가구를 받게 됩니다. 이들 부부는 때로는 부모와, 때로는 자식과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가족의 수는 4명에서 6명 사이로 제한됩니다. 결혼한 부부는 미혼남녀들의 공동 식사와는 달리 제각기 자신의 집에서 개별적으로 해결합니다. 그들은 공동 부엌에서 식사를 공급받기 때문에 별도의 요리 시간이 할애될 필요는 없습니다. 가재도구가 간소하고 식사가 소박하게 치러지기 때문에 부부가 가정부가 고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식이 태어나면, 일단 부모가 아이를 키웁니다. 아이의 나이가 6세가 되면 교육 공동체가 아이의 양육을 담당합니다.
21. “남자의 직업과 여자의 직업은 달라야 한다.” 남녀불평등의 생활관습: 안드레에의 남녀관은 전통적 보수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기독교의 남존여비의 사상이 엿보입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자들은 물레를 돌리고, 바느질, 뜨개질, 옷감 만들기 등과 같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해야 한다. 양탄자 제조, 의복 제조 그리고 빨래하는 일은 그들의 의무와 같다. 그밖에 여자들은 주로 가사에 매진해야 한다.” (Andreae1975: 32).
그런데 다음과 같은 말은 남녀불평등을 당연시하는 발언으로서 현대인으로서는 전적으로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여자들이 비밀리에 나라를 다스리고, 남자들이 이에 복종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남자와 여자들이 자신의 직분에 맞는 일을 행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Andreae1975: 124). 여자들이 나라를 다스리면, 나라의 질서가 문란해진다는 말인데, 우리는 이 말을 16세기 초의 시대적 현실과 관련하여 비판적 역사적 관점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22. 교육 및 교육 환경 (1): 기독교 도시국가는 무엇보다도 교육을 중시합니다. 인품과 지식 습득은 기독교 도시 국가의 정체성을 깨닫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생은 교육 받을 때 “신, 자연, 이성 그리고 공공의 안녕”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신을 공경하고, 자연을 이해하며, 이성의 올바름을 가꾸어나가야 하고, 공동체 전체의 안녕을 도모하는 것이 기독교 도시국가의 교육 목표입니다.
6세가 넘어서면 모든 아이들은 정규 교육을 받습니다. 교사들은 사회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들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학식과 인품을 겸비한 자들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습니다. 아이들은 남학생 여학생으로 구분되어 제각기 공동으로 생활합니다. 이들이 누리는 의식주의 혜택은 일반 사람들보다 더 큽니다. 남학생은 오전에, 여학생은 오후에 학교 수업을 받습니다. 남학생은 오후에, 여학생은 오전에 수공업, 가사, 자연과학 등을 바탕으로 실습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여가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므로, 운동장에서 혹은 공터에서 체력을 단련하거나 산책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은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학교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23. 교육 및 교육 환경 (2): 카파르살라마의 중심부에는 수많은 실험실, 도서관, 인쇄소 등이 있고, 각 분야를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특별 교육 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도시의 중앙에는 학원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에는 학문 연구 뿐 아니라, 교육의 부분을 특히 강조하였습니다. 학원은 정사각형의 4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덟 개의 학과가 있습니다. 첫 번째 학과는 히브리에, 라틴어, 그리스어를 관장합니다. 두 번째 학과는 사고를 담당하는 논리학, 신지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 번째 학과는 수와 공식을, 세 번째 학과는 음악을 관장합니다.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산술과 기하학이 선결조건입니다. 다섯 번째 학과는 천문학과 점성술을 관장하며, 여섯 번째 학과는 물리학과 역사학을 다룹니다. 일곱 번째 학과는 윤리학을 관장하고, 마지막 여덟 번째 학과는 신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법학과 의학은 응용학문으로서 별개의 영역에서 연구되고 교육됩니다.
24. 교육과 교육방법: 안드레에의 유토피아는 무엇보다도 교육과 교육 방법을 강조합니다. 작가는 학생들을 위해서 다섯 가지의 강령을 내세웠습니다. 1. 젊은이들이 배워야 하는 바를 한 가지 외국어만으로 가르치지 말라. 2. 젊은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내용을 가르치지 말라. 3.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나이에 적당하는 눈앞의 사항에 관해서만 수업 시간에 다루어라. 4. 변화불측하고 다양한 내용을 가르치지 말라. 젊은이들이 너무나 다양한 학문적 내용을 배우면, 그들의 정신은 혼란하고 산만해 진다. 5. 너무 개별화된 내용을 가르치지 말고 젊은이들에게 맞는 내용을 이해시켜라. (Hahn. 3).
이러한 가르침은 나중에 보헤미안의 철학자, 코메니우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독교 도시 국가에서는 “아비다Abida”라고 명명되는 선생이 선발되는데, 아비다는 검소하고, 친절하며, 깊은 신앙심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모든 반기독교의 서적을 금지하는 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이렇듯 안드레에는 교사의 개인적 역할을 매우 중시하였습니다. 교사는 자신의 지식을 피력하는 데 있어서 숙련된 특성을 지녀야 하고, 날카로운 시각을 견지해야 하며, 탁월한 판단력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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