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힘이 들어가면 파이야." 이정주의 시 한 편

필자 (匹子) 2026. 1. 11. 09:56

아니오...... 네, 그렇습니다

이정주

 

청마 얼굴 앞에 선다

청마의 눈동자가 움직인다

내가 자넬 처음 보는가?

아니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마산대 교정에서 저는 볼펜 몇 자루 쥐고

선생님을 올려다 보았지요

그래, 항도제인가 항구제인가 그런 행사였지

그렇습니다 저는 시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냥 돌아왔지요

힘들어 보이는군

네, 잘못 든 길은 힘을 많이 뺏어가지요

시가 그렇게 힘든가?

아니오...... 네, 그렇습니다

온몸으로 써도 잘 모르는데, 전 그냥

재미있는 놀이로만 생각했지요

그 벌을 받고 있는 거지요

청마의 눈동자가 바닥을 쳐다본다

온몸으로 쓸 필요가 없네 그저 재미있는......

그래 그거야 그렇지 않으면 억지지

힘이 들어가면 파이야

생가가 약국이더군요

그래 그런데로 살 만했지

청마의 눈동자가 나를 바로 쳐다본다

그런데, 자네 자꾸 먹고 사는 거 가지고 걱정하지 마

나는 놀라서 청마를 다시 본다

그의 눈동자가 나를 바로 쳐다본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사진 찍으실라고 그랍니까?

아니오

나는 공익에게 얼굴 돌리지 않고 청마를 쳐다보고 있다

청마의 눈동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실린 곳: 이정주 시집,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 천년의 시작 2014.

 

............

 

독후감, 어설픈 사족

 

"힘이 들어가면 파이야"

 

"파이다."라는 말은 경상도 사투리로서 "안 좋다.", "무가치하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정주 시인은 훌륭한 시를 많이 남겼습니다. 최근 시집 가운데 한 편의 시를 자주 읽습니다. 그것은 "아니오..... 네 그렇습니다."입니다. 시인은 1970년대에 문학의 길을 걸으려고 결심합니다. 환희와 열광으로 빛나야 할 그 길이 나중에는 "잘못" 들어선 길이었음을 절감합니다.

 

청마 유치환 동상 앞에서 머물렀을까요? 시인은 상념에 빠집니다. 청마가 말합니다. "힘들어 보이는군". 처음에 시쓰기는 마치 "재미 있는 놀이"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온몸으로 글을 써도 마음속 깊은 곳의 열망은 충족되지 않습니다. 시인의 길은 마치 종착역 없는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시인이 걸어가야 하는 삶의 철로는 죽을 때까지 끝없이 뻗어 있습니다.

 

시인의 길은 외롭고 고달픕니다. 기쁨은 마치 마라톤 선수가 길가의 시민들에게 물 한 잔 얻어 마실 때 감지될 뿐입니다. 고달픈 사막, 고통스러운 낙타에게 생수 한 모금 건네주지 않습니다. 시인은 겨울 들판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독수리 한 마리일 뿐입니다. 시인은 유치환에게 말합니다. "생가가 약국이더군요" 이로써 그는 작은 위안을 얻으려고 합니다. 이때 청마는 일갈합니다. "자꾸 먹고 사는 거 가지고 걱정하지 마". 우리는 처음에 재미 있는 놀이라고 여겼습니다. 시 쓰기는 우리에게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eadem sed aliter, aliter sed eadem" 생의 과정을 안겨줍니다.

 

시 쓰는 일은 고달프지만, 당사자에게 최상의 희열을 안겨주지 않습니까? 여기서 우리는 행복과 불행이 교차되는 감정을 떨치지 못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니오... 네 그렇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게 할 정도로 모순적입니다. 청마는 우리에게 일갈합니다. "힘이 들어가면 파이야" 온갖 열정을 다하여 짜낸 작품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작위적이고. 어설프기 이를 데 없다는 것입니다. 예술의 도(道)는 인위적 조작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치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과정과 같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인이 말씀한 대로 "억지"지요.

 

 

 

 

청마 유치환 기념관 앞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