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독일 문화

독일이 현재 직면한 다섯 가지 위기에 관하여

필자 (匹子) 2025. 2. 26. 11:38

 

독일 조기 총선이 끝났습니다. 그곳의 정치판은 앞으로 변화를 거듭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유럽 국가 가운데 특히 독일이 직면한 위기를 다섯 가지로 요약하려고 합니다. 1. 경제 위기, 2. 에너지 위기, 3. 고령화 위기, 4. 난민 위기, 5. 기후 위기.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해서 무심하게 넘길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이 위기는 얼마든지 한반도에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단기간에 극복 가능한 것이 있지만, 극복하기 어려운 것도 존재합니다.

 

첫째는 경제 위기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독일은 극심한 부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독일은 중국과의 교역을 매우 중시하면서 그곳에 많은 공장을 설립했는데, 중국의 내수 경제와 혼란이 현재 독일의 제조업 분야에 커다란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독일의 VW 그리고 포르쉐 등과 같은 자동차 회사는 특히 전기차수소차를 둘러싼 기술 경쟁에 현저하게 밀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독일은 중국에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이전했는데, 이제는 중국이 독일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기에 이른 것입니다.

 

독일은 디지털 전환이 느려서, 전기차 수소차 생산에 국제 경쟁력을 조금씩 상실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노트북 사용하기가 너무도 까다로운데, 이는 디지털 인프라의 계발 속도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높은 법인세와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하여 유연하고 신속한 산업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는 에너지 위기입니다. 메르켈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했는데,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독일은 에너지 수급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 I, II 의 송유관을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원자력을 활용하는 관계로 크게 피해당하지 않았는데, 독일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산업 자원으로 활용하다 보니, 실제 가정에서 전력난을 겪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석탄과 석유 자원의 활용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렵습니다.

 

서방 세계는 현재의 정치 경제 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정하고 원자력을 단기간 활용하려고 하는데, 독일은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 재생 가능 에너지는 일반 기정의 에너지 수급에 활용되고, 천연가스와 원자력 에너지는 잠정적으로 산업에 활용되는 게 바람직한데, 독일은 무조건의 탈원전 정책만 우직하게 추진했습니다. 물론 탈원전 정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가의 비상 사태에는 일시적으로 유연하게 원전을 가동해야 했습니다.

 

셋째는 고령화 위기입니다. 독일 전체 인구의 21,1%가 60세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 인구와 비노동 인구의 불균형은 건전한 사회 보장의 정책을 펼치기 어렵게 만듭니다. 2035년에 이르면 독일의 노동자 700만 명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독일 인구의 17%는 이민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독일로 이주해온 난민들 가운데 고학력자가 없고, 고도의 기술 인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높은 지적 수준을 지닌 인도 사람들은 대체로 유럽 대신에 미국을 제2의 삶의 터전으로 선택합니다. 독일은 외국인 법을 바꾸어 고학력자와 기술을 지닌 젊은 외국인들을 수용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아프리카 흑인 그리고 중동 난민들 가운데, 고학력자들은 매우 드뭅니다. 인종 차별적 발언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넷째는 난민 위기입니다. 사실 유럽과 미국은 끊임없이 "남북 갈등 Nord- Süd- Konflikt" 속에 처해 있습니다. 남쪽의 가난한 사람들이 유럽 내지는 미국에서 거주하려고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높은 담을 쌓은 것도 외국인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려는 의도에 기인합니다. 아프리카 흑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지중해를 건너와서 유럽으로 살고싶어 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컨대 람페두자는 지중해 남부의 이탈리아 령의 섬인데, 아프리카를 탈출하려는 흑인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교황 프란체스코는 인권을 말하면서 그들을 받아들일 것을 이탈리아 당국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들 Fratelli d’Italia”을 지지하고, 극우 정치가 조르자 멜로니를 수상으로 선출한 까닭도 그 때문입니다. 독일의 대안당 AfD의 득세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극우적 성향을 무조건 백안시하는 태도는 구체적 현실 조건을 외면하는 데에서 기인합니다.

 

다섯째는 기후 위기입니다. 비교하는 게 어설프지만, 한반도보다도 유럽 대륙이 기후 위기에 더욱 취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유럽의 지형은 대서양 기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삼림은 황폐되고, 토종 나무들, 떡갈니무, 전나무 등은 서서히 말라죽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포도 재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포도주 사업이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습니다.  원래 유럽의 기후는 온화하고 주로 가랑비가 내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00년 이후로 여름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엄청난 폭우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이 범람하여, 주민들 196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다른 위기는 인간의 노력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습니다만, 기후 위기만큼은 불가역적인, 전-지구에 공통되는 난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도 모자랄 판에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요? 트럼프의 자국 우선의 경제 제일주의는 인류 전체의 미래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그 차제 끔찍한 죄악입니다. 우리의 고향Heimat이 서서히 타격을 입고 있는데, 미국의 트럼프는 경제적 이득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후 협약 준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강력한, 전지구적으로 단합한 구체적 협약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