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이언스 픽션의 전신인 공상 소설: 흔히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라는 인물은 에드몽 로스탕 (Edmond Rostand, 1868 - 1918)의 극작품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극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과도하게 커다란 코로 인해 괴로워하는 남자의 사랑의 삶을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실존 인물 헥토어 시라노 드 베루주라크(1619 - 1655)는 커다란 매부리코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가스코뉴 근위대에 들어간 그는 1639년 프랑스와 에스파냐 사이의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그는 두 번의 부상을 당하게 되자 탈영하여, 프랑스 파리로 되돌아옵니다.
1641년에 철학자 피에르 가상디Pierre Gassendi를 만나서 자연 철학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자유사상가 내지 몽상가의 기질을 지닌 자였는데, 펜싱 실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은 놀라운 검객이었지만, 자청해서 타인에게 결투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그는 자신의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놀라운 공상 소설 두 편을 집필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다룰 내용은 17세기 중엽 프랑스에서 간행된 공상 소설 한 편입니다.
2. 어느 프랑스 사내, 달나라에 여행하다: 작품의 제목은 『달나라 제국의 우스운 이야기Histoire comique des États et Empires de la Lune』입니다. 작품은 시라노가 사망한 이후인 1657년에 파리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소설은 당시의 시대를 놀라울 정도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교회와 성당은 모든 자연과학 연구 작업 대해 독단적이고도 근엄한 자세로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국가는 검열을 동원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의사를 표명하지 못하게 했으며, 자발적이고 신성한 자연과학 연구를 차단시키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시라노는 당시 파리의 국가의 폭력 그리고 교회 세력의 고루한 견해를 풍자하기 위해서 소설을 집필한 셈입니다.
작품의 주인공 “나”는 시라노입니다. 그는 캐나다의 케벡에서 로켓을 장착한 비행선을 타고 달나라로 향합니다. 세 번째 시도에 드디어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었습니다. 로켓의 발사체는 지구에 떨어지고, 캡슐만이 달의 인력으로 인하여 달에 불시착하게 됩니다. 달에는 마치 켄타우로스와 같은 인종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달나라의 문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수준 높은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지구에서 온 사내를 기이한 짐승으로 취급하면서, 이리저리 끌고 다닙니다. “소크라테스의 악령”이라는 이름을 지닌, 태양에서 온 학자는 주인공을 숙식을 제공하면서, 달나라의 언어 및 문화를 가르쳐줍니다.
3. “우주의 중심은 달이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의 악령”은 시라노와 함께 왕궁으로 향합니다. 왕궁의 철장 속에는 시라노와 똑같이 생긴 지구인 한 명이 갇혀 있었습니다. 시라노는 만나자마자 그자가 에스파냐 출신의 도밍고 곤찰레스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립니다. 도밍고 곤찰레스는 프랜시스 고드윈Francis Godwin의 소설 『달에 머무는 남자The Man in the Moone』(1638)에 등장하는 인물로서, 자신이 길들인 거대한 새들을 몰고 달까지 비행한 자였습니다. 달나라 사람들은 두 명의 지구인을 타조, 아니면 깃털 빠진 앵무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두 마리 동물”이 새끼를 낳을 수 없는 수컷이라는 사실에 대해 몹시 실망합니다. 그들은 시라노와 곤찰레스가 이 인간인지, 아닌지에 관해서 토론을 거듭합니다.
드디어 시라노에게도 자신을 변명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시라노는 달나라 사람들 앞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그리고 그의 우주론에 관해서 연설합니다. 시라노의 연설은 커다란 조소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들은 시라노가 자신의 견해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즉 달이 지구의 위성이 아니라, 지구가 달의 위성이라고 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지구가 달의 자그마한 위성에 불과하다고 말했을 때, 시라노는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됩니다. 이는 교황청 앞에서 행한 갈릴레이의 번복을 연상시킵니다.
4. 시라노 귀국하다.: 시라노를 변호인, “소크라테스의 악령”은 이후에도 그의 후견인으로 행동합니다. 그를 통해서 시라노는 달나라 철학자 한 명을 사귀게 됩니다. 이때부터 세 사람은 정기적으로 만나서 물리학, 윤리학, 종교 그리고 인문학 등에 관해서 철학적 토론을 전개해나갑니다. 시라노는 자신이 지구에서 배운 내용을 달나라 청중들에게 전합니다. 어느 날 고위층에 속하는 달나라의 여인이 시라노에게 호감을 표명하며 접근합니다. 시라노 역시 그미가 무작정 싫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미는 지구에 존재하는 기독교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하면서, 함께 지구로 가자고 제안합니다. 시라노는 이를 거절합니다.
대신에 그는 어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한 사람과 지구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자유의 영혼”은 신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옥에 거주해야 하는 형벌을 받습니다. 시라노는 그를 돌보면서, 비행선을 타고 우주 곳곳을 여행합니다. 비행선이 지옥 근처의 화산에 근접했을 때, 주인공은 비행선에서 혼자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립니다. 공중에서 현기증을 느끼면서 시라노는 의식을 잃습니다. 마지막에 그가 다시 깨어난 곳은 이탈리아 근처의 해변이었습니다.
5. 사제들의 천국: 재미있는 것은 시라노가 달나라에서 달나라 인종들과 동시대의 과학과 세계관에 관해서 지속적으로 토론을 벌인다는 사실입니다. 토론자들의 어조는 매우 격렬합니다. 다른 세계인 이곳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의견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되는 것을 감지합니다. 달나라에서는 말하자면 교회에 의해서 정해진 하나의 진리가 존재하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진리를 무조건 추종해야 합니다. 주인공은 이곳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진리의 강요에 대해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달나라에는 자신의 고향과 마찬가지로 사제 계급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제들은 다른 혹성에서 건너온 학자들의 합리적인 견해들을 시종일관 묵살하곤 합니다. 사제들은 휘황찬란한 의복을 걸치고 놀라운 마차를 탄 채 달의 도시들의 모든 골목길을 돌아다닙니다. 이때 그들은 다음과 같이 반복적으로 공언합니다. 달은 하나의 작은 혹성이 아니라, 그 자체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 세계의 아래에 위치한 혹성인 지구가 오히려 달의 위성이라고 사제들은 외칩니다.
6. 달나라의 문제점은 지구의 문제점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해된다.: 작가가 묘사하는 달나라는 어떤 이상 국가와 반대되는 문학적 현실이 아닙니다. 가령 시라노는 지구의 국가를 비판하기 위해서 달나라를 끌어들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달나라 자체가 비록 이국적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17세기 당시 프랑스의 장관인 쥘 마자랭 (Jules Mazarin, 1602 - 1661)의 정부 하의 사회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마자랭은 장관으로 근무하면서, 사제계급의 견해들을 수용하여, 현장 정치에 적용한 “사제의 하수인”으로서의 정책을 실행에 옮긴 자였습니다.
작가는 개개인들에 대한 국가 기관의 억압, 현장 정치에 관여하며, 이것저것 시시콜콜 간섭하는 수사계급의 악영향, 교회와 성당의 엄격한 견해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라노는 자신의 고유한 견해를 꺾고, 달나라가 시키는 대로 지구를 하나의 달이라고 해명합니다. 그는 지구인 한 사람을 달로 여행하게 하여, 지구에 대한 달나라 사람들의 편협하고도 잘못된 견해를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으로 17세기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의 천문학 그리고 정치와 종교 등에 대한 고루한 견해를 비판하기 위해서 활용된 방법론입니다.
7. 태양 중심의 세계상에 관한 토론: 17세기 초에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여러 가지 면에서 증명해내고, 이를 더욱 명확히 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서방 기독교 교회가 추종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체의 이론과는 극명하게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갈릴레이의 자연과학의 연구는 주지하다시피 1615년에 첫 번째 종교재판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갈릴레이에게 침묵을 강요한 셈이었습니다. 갈릴레이가 1632년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하던 톨레미 지동설에 관한 책을 발표한 이후에 교회는 그에게 위협을 가했는데, 이로 인해 갈릴레이는 자신의 견해를 철회하게 됩니다.
1835년에 이르러서야 갈릴레이의 저서들은 금지목록에서 삭제되었으니,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약 200년 동안 철저하게 배척당한 셈입니다. 태양 중심의 세계에 관한 토론에서 지동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담은 뜨거운 감자와 같았습니다. 이를테면 우주가 무한한가, 아니면 유한한가? 하는 물음이라든가, 혹성 시스템이 형성된 이후에 우주의 모습은 어떠한가? 하는 물음 또한 다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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